’30억탈세’ 치과그룹 前대표 트렁크에 5만원권 900장·수표 수북

2016년 3월 24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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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지인, 마사지 업소로 유인해 돈 훔쳐 달아났다 징역 2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지난해 어느 여름밤. A(30)씨는 서울 강남 한 마사지 업소에서 나와 초조한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남짓.

찾고 있던 고급 승용차를 발견한 A씨는 차 뒤편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이어 주위를 살피고 트렁크를 조심히 열었다. 순간 ‘헉’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돈다발이 셀 수도 없이 수북했다. 김 대표의 ‘트렁크 비밀’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차 주인인 김 대표는 대형 치과 체인을 이끈 유명 사업가였다. 저렴한 임플란트로 시장을 뒤흔들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2010년에는 전국에 지점만 30곳이 됐다.

하지만 성공의 시간은 짧았다. 그는 차명계좌 15개를 이용해 종합소득세 32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2014년 구속 기소됐다. 김 대표는 재판 중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가압류나 몰수·추징을 당할까 봐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등 정상적인 금융 거래를 못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던 지난해, 김 대표와 평소 어울려 지내던 A씨는 김 대표의 비밀을 알게 됐다. 김 대표가 차량에 거액의 현금을 숨기고 다닌다는 얘기였다. 흑심이 생긴 A씨는 이를 훔칠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를 마사지 업소로 유인해 차를 털기로 했다.

저녁에 강남 한 마사지 가게로 김 대표를 유인한 A씨는 함께 안마를 받다 김 대표보다 30분 일찍 마쳤다. 조용히 업소를 빠져나와 주차장으로 내려가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에선 5만원권 지폐 900장과 100만원짜리 수표 20장이 나왔다. 그뿐 아니라 한 기업의 비상장 주식 11만주도 있었다. 시가 2억2천만원 어치였다. A씨는 돈을 들고 줄행랑쳤다. 처음엔 누구 소행인지 몰랐던 김 대표는 이후 수사기관에 “생각해보니 A씨가 범인인 것 같다”고 신고했다. A씨는 타인의 카드를 몰래 쓴 혐의도 덧붙여 기소돼 재판대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엄철 판사는 절도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법정에서 “수표는 훔쳤지만 현금은 훔치지 않았다”고 잡아뗐으나 엄 판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돈을 모두 탕진해 김 대표는 절도 금액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법원은 전했다.

김 대표의 탈세 혐의 재판은 현재 서울 지역의 한 법원에 계류돼 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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