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신’ 휴대전화…’태후’의 상상초월 황당 신은?

2016년 4월 2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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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가운데서 개복 수술에 아랍 의장의 ‘만능카드’
“멜로 아니고 SF 판타지” 비판에도…”그걸 또 해낸다” 환호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은 외계인이기라도 했다지만 이 남자, 특전사 대위일 뿐인데 외계인 못지않게 초능력자처럼 그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낸다.

자동차가 낭떠러지에 걸려 있어도, 지뢰밭이 나타나도 당황하지 않는다. 혈혈단신으로 겁 없이 무기거래상의 아지트에 들어가도 몸 성히 살아 돌아온다.

KBS 2TV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 이야기다.

 

그런 그를 세 번이나 걷어찬 끝에 드디어 감당하기로 한 강모연 선생은 어떤가.

편의시설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우르크에서 물에 빠진 휴대전화를 그대로 쓰고 있다. ‘멜로’하자는 남자를 두고 자꾸 ‘블록버스터’로 만들지만, 신기하게도 늘 위기 탈출에 성공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지 않고 인류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두 사람이, 그리고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예뻐서 시청자들이 모르는 척 눈감아주고 있는 황당한 장면과 옥에 티를 모아봤다.

◇ 물에 빠진 휴대전화는 어떻게 살아났을까

강모연(송혜교 분)은 낭떠러지에서 매달린 채 유언처럼 남겼던 음성 녹음으로 지난 8회에서 본의 아닌 고백을 하게 됐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살아난 것만 해도 신기한데, 바닷물에 빠졌던 그 휴대전화가 멀쩡하다니. 자동차는 다니엘(조태관)은 고쳐줬다지만 휴대전화는 고치는 장면도 없었는데….

드라마에선 별다른 설명도 없이 이야기가 흘러가니 내가 놓친 건가 싶던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나고 나서야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방수되는 휴대전화 간접광고(PPL) 아니에요?” “다니엘이 고쳐준 건 아닌가요?” “떨어지기 전에 폰을 육지에 놓고 간 듯”

여기에 엔진 때문에 앞쪽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자동차가 뒤쪽만 육지에 닿은 채 낭떠러지에 걸려있고 앞쪽에 한 사람이 더 타도 일정 시간 균형을 유지하는, 기적 같은 일도 ‘송송커플’에겐 일상처럼 벌어진다.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장면은 또 있다. 바로 지진으로 엉망이 된 태양광발전소 건설 현장에서의 개복수술.

복강 내출혈이 의심되는 환자를 병원으로 옮길 시간이 없기에 현장에서 수술해야 한다는 강모연과 위험하다는 윤명주(김지원)이 맞서 싸운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모래 먼지가 날리는 야외에서, 현장에 흔히 보인 텐트조차 없이 개복 수술을 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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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위 모시러 오는 헬기·’프리패스’…황당한 설정.

‘태양의 후예’에는 “정말 내가 모르는 저런 세상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육사 출신 엘리트에, 특전사 ‘알파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일을 한다고 하니 데이트로 영화를 보다 말고 자리를 뜨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 시내 한복판에 헬기라니. 아무리 중대한 임무라 해도 대위 한 명을 위해 헬기를 띄운다는 설정은 많은 군필자, 현역 군인들에게 의아함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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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에선 유시진이 “그럼 살려요”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준 덕에 강모연이 아랍 의장을 살렸다.

수술 전엔 ’16억 아랍인의 심장에 칼을 대는 것’이라며 겁을 주던 보좌진은 의장이 살아나자 명함을 건네며 “뭐든 필요한 걸 이야기하면 된다”고 한다.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치트키’인 셈. 현실에서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지도 의문이지만 이 엄청난 ‘프리패스’를 자동차와 헬기를 빌리는 데 쓰는 유시진의 ‘쿨함’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지난 2월 제작발표회에서 ‘태양의 후예’에 대해 “유시진과 강모연이 사랑을 하기 위해 헬기도 뜨고 지진도 나고 전쟁도 나는 드라마”라고 했던 송중기의 설명은 아주 정확했다.

이쯤 되면 “‘태양의 후예’는 멜로가 아니라 SF 판타지”라는 말도 떠오른다.

◇ 심폐소생술·오른쪽 심장…옥에 티도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태양의 후예’지만 세밀함이 아쉬운 부분도 많다.

유시진이 물에 빠져 정신을 잃은 강모연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에서는 손이 가슴 부위가 아닌 쇄골 쪽을 누르고 있어 시청자들의 눈을 끌었다.

“심폐소생술이 아니라 목 조르기”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상대 여배우를 고려한 ‘매너 손’이었다 해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려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다.

또 유시진의 군복에 쓰인 혈액형은 A형이지만 군번 줄에는 O형이 새겨져 있어 진짜 혈액형은 무엇이냐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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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모연이 아랍 의장의 수술을 앞두고 그의 건강 이력을 넘겨받는 장면에선 중요한 정보가 가려져 환자의 이력을 알 수 없다던 문서에 질병 코드가 그대로 적혀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 데이트 도중 갑자기 사라진 유시진을 그리워하는 강모연이 ‘가진 사진이 이것뿐’이라며 들여다보는 유시진의 가슴 엑스레이 사진에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심장이 있어 ‘복선’ 아니냐는 작은 논란이 됐다.

유시진과 다툰 강모연이 화가 나 혼자 차를 타고 돌아가는 장면에서는 차에 탈 때와 차가 달릴 때의 자동차 좌석 시트가 다른 것이 눈썰미 좋은 시청자의 눈에 포착됐다.

이외에도 멀리 있는 강모연을 소총에 달린 조준경으로 보고, 레이저 포인트로 하트를 그리는 모습은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유시진 캐릭터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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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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