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싸우고 두달된 애기 놔두고 가출했어요”

2016년 4월 8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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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왔다 장보리’/네이트 판


“내 밥 못 먹고, 아이는 씻겨도 내 몸은 못 씻고… 잠은 모조리 포기해야 했어요”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편과 싸우고 두달 애기 놔두고 가출했어요’라는 제목으로 한 엄마의 사연이 올라왔다.

엄마 A씨는 “제목 그대로예요. 남편과 싸우고 두달된 아이 집에 두고 친정으로 왔어요”라며 “아이 낳고, 나는 없고 아이 부속품만 있는 것 같았어요”라고 말문을 뗐다.

단 한 시간이라도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다는 A씨. 이 정도는 다른 엄마들도 다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울며 불며 견뎠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확’ 무너져버렸다.

A씨는 고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A씨는 “하루 두 시간 쪽잠 자고 그렇게 몇 개월, 몇 년을 살았을 대가 있어. 오히려 그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더라고요. 눈물이 주르륵 났어요”라며 “그래도 그땐 내 얘기 들어주는 동료도 있고, 사람도 만났지만 지금은 말 못하는 어린 아가 옆에서 혼잣말만 하니까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실수하고 선배한테 깨지고 울며불며 했던 그때가 더 좋았다 생각하니 울다가 헤헤 웃음이 났어요”라며 “결혼도 무르고 아이도 무르고 싶다 생각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아… 내가 지금 정상이 아니구나”라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남편에게 “어떻게든 혼자 버티려 했는데 나 너무 힘들다. 조금만 도와달라”라며 그간의 속앓이를 털어놨다.

하지만 남편은 “나는 너랑 자식 벌어먹여 살리려고 이렇게 일하는데 넌 애 돌보라고 집에서 쉬는 거 아니냐”라며 “집에서 쉬니까 아이는 니가 온전히 돌보는 게 맞다”라고 화를 냈다.

이에 A씨는 “아이는 우리가 같이 낳았으니 우리가 같이 돌봐야 한다. 낮 동안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니 낮 동안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잠깐 휴직한 거다”라며 “지금 우리 상황은 내가 너 대신 낮 동안의 육아를 하기 위해 내 커리어를 잠깐 양보하고 있고 그 덕분에 너도 온전하게 일하고 있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둘의 싸움은 멈출 줄 몰랐다.

남편은 “이기적인 여자. 엄마 자격도, 부인 자격도 없다”라고 말했고, A씨는 “내가 복직할 테니 니가 육아휴직을 써달라”라고 부탁하는, 서로가 서로의 주장만 앞세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A씨는 “아이 눕혀놓고 멍하니 창밖만 보다가 순간적으로 정말 돌더라고요. 남편은 애기 울음소리 때문에 잠 못 잔다고 옷방에 가서 자거든요. 아가랑 둘이 있다가 눈이 확 돌았어요. 며칠만 더 잠을 못 자면 아이 안고 베란다에서 확 뛰어내리겠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대로 아이를 남편에게 강제로 안기고 그 길로 친정에 왔어요”라고 말했다.

친정에 온 이후 이틀 내내 잠만 잔 것 같다는 A씨.

A씨는 “엄마는 몇 번 저를 깨우려다가 못 깨웠대요. 사회초년생 때도 제가 이런 걸 본 적이 없었대요. 깨고 나니 남편 톡에, 전화에…”라며 “아이 보고 싶다 뭐다 생각도 안 나고 그냥 정말 멍해요. 이게 뭔가 싶어 가슴도 꽉 막히고 숨을 못 쉬겠어요”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산후우울증 같아요. 치료받아보시는 건 어떤지… 힘내세요. 토닥토닥”, “그래도 아기 두고 나온 건 이해 안가요”, “글쓴이도 엄마가 처음인 걸요. 조금 쉬시면서 충전하세요” 등의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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