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위안부 피해자 도운 일본인들 지진피해 외면 못해"

2016년 5월 1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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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구마모토 지진에 성금 기부한 김복동 할머니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우리는 일본 정부와 싸우고 있지 일본 시민과 싸우는 게 아니에요. 일본의 시민은 오히려 하루빨리 일본군 ‘위안부’ 대책을 세우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어요. 그들이 다쳤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죠.”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에서 최근 발생한 지진 피해 소식을 듣고 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가 성금을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과 일본 사회에 따뜻한 감동을 줬다.

누리꾼들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인 김 할머니가 지금 일본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온정의 손길을 건넸다며 칭송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쉼터에서 1일 만난 김 할머니는 “우리를 위해 운동한 일본 시민이 다쳤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고 성금을 낸 이유를 밝혔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벌이는 투쟁 대상이 일본 정부이지 일본 시민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에게 피해를 가한 일본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일부 누리꾼의 불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그렇더라도 지진 피해를 본 일본의 시민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그는 “일본을 돕는 데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은 일본으로부터 피해와 아픔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라며 “오히려 아픔을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마모토 지진 이후 일부 극우세력이 93년 전 간토(關東) 대지진 때를 연상케 하듯 ‘구마모토에 사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퍼뜨린 데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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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머니는 “일본의 우리 교포들이 거기서 살고 싶어서 살게 됐겠느냐”며 “자기들이 징용, 징병 끌고 간 이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인데, 자기들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들인데 도리어 대접해주고 보호해줘야 한다고 해야 옳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있는 이와 같은 증오의 고리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지를 묻자 김 할머니는 일본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제대로 사죄하는 데서부터 매듭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아무리 잘못했다고 해도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잘못한 쪽(일본)에서 먼저 사죄하고 자기가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는 이상에는 우리도 더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화가 나는 것”이라면서 “돈 몇 푼 준다고 소녀상을 철거하라니 그게 말이 되느냐”며 작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 정부의 태도를 성토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20여년간 우리가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면서 싸워온 것을 한일 합의로 하루 아침에 다 망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서 죽도록 고생하고 온 우리에게 어떻게 빨갱이라고 할 수가 있나”라며 “(일본에) 희생당한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사람들”이라며 어버이연합 등 일부 극우 보수단체의 정대협에 대한 공세에 불만을 표시했다.

김 할머니는 “외국에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우리를 응원하는지 아는가. 오히려 한국인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면 슬픔을 말로 다 못한다”며 “(누가 지시했는지) 대통령이 알 테니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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