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김일성대생들, 영어는 수준급이지만 인터넷 앞에선 쩔쩔"

2016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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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놀이공원 등 모두 연출…”진짜 사람 같은 사람 없어”

(서울·런던=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황정우 특파원 = “김일성대학생들이 영어 실력은 놀라웠지만 인터넷은 쓸 줄 몰라 쩔쩔 맸다.”

지난달 말 노벨상 수상자 3명과 동행에 방북한 영국 BBC 방송의 루퍼트 윙필드-하예스 기자는 4일(현지시간) 평양 김일성대학을 둘러본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영국인 출신의 노벨의학상 수상자 리처드 로버츠 경이 학생들과 미생물학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학생들의 영어실력과 미생물학에 대한 지식은 놀라운 수준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하지만 안내를 따라 간 규모가 큰 컴퓨터실에선 다른 모습을 목격했다.

컴퓨터 앞에 앉은 학생들을 본 로버츠 경이 학생들이 인터넷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는데, 한 학생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자 감독관이 다가와서 알려줬다.

로버츠 경은 학생이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느냐고 감독관에게 묻자 감독관은 대답을 못해 불편해했다고 기자는 전했다.

로버츠 경은 “인터넷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체 한다는 건 어리석다”고 지적했다.

기자는 “외부에서 북한을 보면 우스꽝스럽거나 무서울 수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를 무서워하며 적에 둘러싸여 있다고 느낀다”고 보도했다.

한 학생은 북한이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능숙한 영어로 “미국, 한국 등 외부 세계는 우리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다들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자는 앞서 전한 평양발 보도에서도 모든 이들이 자신의 추한 면을 숨기고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하기 마련이지만 그런 면에서 북한의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꼬집었다.

최신 설비를 갖춘 병원에서도, 신형 컴퓨터가 가득 들어찬 과학박물관에서도, 빛나는 실내 물놀이공원에서도 ‘진짜’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찾은 병원은 거의 비어 있었고 한 방에서 환자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어른용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있었다며 “어린이들도 어리벙벙해 보였고, 우리도 그랬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 박사가 어린이 암 치료에 대해 질문했지만, 흰 가운을 입은 병원 직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국제평화재단(IPF)의 자문이사회 위원장인 리히텐슈타인 공국 알프레드 왕자는 “진짜 의사가 아닌 것 같다”며 “노벨상 수상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진짜 의사는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공항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검색 절차는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 정권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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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이라는 안내원은 묻는 말에 머리를 흔드는 것으로 답하며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았고, “평양 사람들은 금요일 밤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걸 왜 묻느냐?’고 반문하는 여성 안내원은 그 질문에 진짜로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12년 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기자는 “북한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고립된 나라 중 하나”라며 인터넷이 없고, 하나의 국영 TV 채널과 하나의 국영 라디오 방송만 있다고 전했다.

알프레드 왕자와 3명의 노벨상 수상자 일행은 지난달 29일 평양에 도착했으며 2일부터 김일성대, 김책공업대, 평양과기대 등에서 강연하고 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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