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모은 8천만원인데"…50대女 살해 피의자의 잘못된 선택

2016년 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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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출소 후 사실상 혈혈단신, 범행 일주일 전 주유원 그만둬
경찰 추적피해 버스 갈아타고 도주…검거 당시 월급봉투 그대로 지녀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13년 동안 어떻게 모은 8천여만 원인데…”

강원 춘천의 한 호텔에서 50대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한 피의자 김모(72) 씨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자신이 13년 동안 주유원으로 일하며 모은 돈 때문이었다.

 

22일 강원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김 씨는 2003년 교도소 출소 후 춘천으로 와 주유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김씨가 받은 월급은 약 135만 원이다.

2016년 최저 시급 6천30원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224시간, 하루에 7∼8시간을 일한 셈이다.

김 씨는 출소 후 사실상 혈혈단신이었다.

아내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입양한 자식이 있으나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누나들이 몇 있었지만 이미 세상을 등지거나 있어도 없는 듯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김 씨가 피해자 A(51·여) 씨를 알게 된 것은 일을 시작하고서 1∼2년 후다. 김 씨가 일하던 주유소에 A 씨가 경리직으로 들어왔다.

10년 넘게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간 것은 최근 A 씨가 식당 개업을 준비하면서부터다.

A 씨는 식당 증·개축을 하고자 김 씨에게서 돈을 빌렸으나 갚지 않았고, 차용증 문제가 불거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두세 차례에 걸쳐 8천여만 원을 A 씨에게 빌려줬으나 일부 금액만 차용증을 썼다”고 털어놨다.

사건 발생일 약 일주일 전 김 씨는 주유소 일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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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이후 18일 오후 9시 50분께 A 씨와 함께 춘천의 한 호텔로 들어갔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30분께 A 씨는 가족들에게 김 씨와 함께 한 증권사에 간다며 집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로 들어간 두 사람은 차용증 작성을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김 씨는 ‘A 씨가 자신의 돈을 갚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

호텔 폐쇄회로(CC)TV에서는 김 씨가 객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는 A 씨를 수차례 때리고서 방안으로 끌고 간 장면도 확인됐다.

범행을 저지른 김 씨는 A 씨를 바닥에 눕혀 이불로 덮고, 투숙한 지 1시간 뒤에 혼자서 퇴실했다.

8천여만 원을 모았지만 달아날 자신의 차량이 없어 버스를 타고 도주를 시작했다.

강원 원주, 충북 청주, 충남 온양과 서천을 거쳐 전남 구례까지 이동했다.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한두 시간 차이로 계속 버스를 갈아탔다.

붙잡히는 게 두려워 숙박업소에도 가지 못하고 이틀간 노숙했다.

결국, 오래 가지 않아 꼬리가 잡혔다.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지난 20일 오후 1시 15분께 전남 구례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김 씨는 주유소를 그만두며 받은 월급 129만 원 중 120만 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월급봉투 그대로다.

치정에 의한 살인은 아닌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주유소에서 같이 일했기 때문에 알고 지냈을 뿐 내연관계로 보이는 단서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김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 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늘 오후 3시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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