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대변을 팔아 3천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실 수 있습니다.”

2016년 5월 25일   School Stroy 에디터

울산과기원, 대변을 난방 가스·차량 연료로 바꾸는 실험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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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본인 대변을 팔아 3천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실 수 있습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똥을 분해해 연료로 만드는 실험실’이 25일 공개됐다.

이 실험실은 인분을 말려 분말을 만들고 다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분리해 연료로 쓸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시민에게 보여 준다.

연구팀은 단순 실험에 그치지 않고 똥을 돈으로 교환해 쓸 수 있는 이른바 ‘똥본위제’를 시도한다.

이날 찾은 실험실은 외형부터 남달랐다.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 우리나라 말로는 ‘사월당(思越堂)’이라는 실험실(122.25㎡) 이름답게 작은 정자나 큰 텐트 같은 모습이다.

외벽은 모두 폴리카보네이트라는 반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해 내부를 어렴풋이 볼 수 있게 돼 있다.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이 실험실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인 화장실이 있다.

모습은 여느 화장실과 다른 바 없지만, 비밀은 변기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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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을 보면 곧바로 환기 팬이 돌면서 대변을 말린다.

30분가량 지나 대변이 완전히 건조되면 용변을 본 사람은 봉지에 담아 실험실 왼쪽에 있는 미생물반응조에 넣는다.

미생물이 분말을 분해하면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는데 메탄가스는 보일러로 들어가 난방 연료가 되고 이산화탄소를 조류배양조로 옮겨져 미세조류의 먹이가 된다.

몸의 40%가 지방인 미세조류가 이산화탄소를 섭취하고 성장해 배양조 바닥에 가라앉으면 압착기를 통해 바이오디젤로 바뀐다.

대변이 난방용 가스와 차량용 연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 화장실 이름은 사람이 음식을 먹고 배설한 대변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완전히 사라지게 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윤동주 화장실’로 지었다.

대변을 실제 연료까지 바꾸는 데는 일주일가량이 소요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조재원 사이언스 월든 센터장(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사람의 하루 용변량은 200g 정도로 100명가량의 인분을 모으면 18명이 온수 샤워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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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가 되는 ‘자원’을 제공했으니 대변을 본 사람에게도 혜택이 있다.

대학 측은 대변 무게를 달아 200g당 10’꿀’을 준다. ‘꿀’은 연구팀이 만든 새로운 화폐 단위로 10꿀은 3천600원의 가치를 지닌다.

대변 무게를 달면 얼마의 꿀에 해당하는지를 변환해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도 개발된 상태다.

연구팀은 다음 달부터 실제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용변을 보고 ‘꿀’을 적립해 학생회관 커피숍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하루 대변으로 3천원짜리 커피 한 잔을 사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대학 측은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민이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주말에는 예약을 받아 운영한다.

can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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