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서 80대 할머니 살해 태연 재연…유족·주민 분통

2016년 5월 29일   정 용재 에디터



6년전 70대 할머니 성폭행사건에서도 용의자…결정적 증거는 확보 못해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 증평 이웃마을 80대 할머니 살인사건 피의자 신모(58)씨가 6년 전 이 마을에서 벌어진 7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으나 경찰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6년전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용의자 DNA와 신씨의 유전자가 제한적으로 일치한다는 사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밝혀졌지만, 범인으로 확정 지을만한 결정적 증거는 되지 못하는 데다 혐의를 입증할 추가 증거도 확보하지 못해서다.

자칫 6년전 성폭행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확보하고도 영구 미제 사건으로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29일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이웃마을 80대 할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신모(58)씨는 6년전 같은 마을에서 발생한 70대 할머니 성폭행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은 2010년 10월 이 마을에서 혼자 사는 70대 할머니 집에 괴한이 침입해 이 할머니를 성폭행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신씨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80대 할머니 살해사건 범인으로 검거한 신씨의 유전자가 6년전 성폭행 사건 당시 현장에서 확보한 용의자의 DNA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그러나 DNA가 Y염색체만 제한적으로 일치하는데다 신씨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 그를 당시 성폭행 사건 범인으로 특징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시 성폭행 피해 할머니를 상대로 조사했지만 오래전 일인 데다 범행이 야간에 이뤄진 탓에 범인의 인상착의를 기억 못 했다.

신씨가 청각장애 2급인데다 정규 학교 과정을 거치지 않아 한글을 모르고, 수화 소통이 안 돼 거짓말 탐지기나 프로파일러를 동원할 수도 없는 처지다.

6년전 확보한 용의자 DNA도 이미 모두 사용돼 추가 감식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신씨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심증은 있지만, 범인으로 특정해 기소할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셈이다.

경찰은 검찰 송치 전까지 탐문 수사를 통해 증거를 보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성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송치까지는 아직 기간이 남았기 때문에 신씨가 6년전 성폭행 사건 진범인지를 가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40분부터 40여분간 증평 80대 할머니 살해 사건 현장 검증을 했다.

갈색 모자와 파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신씨는 피해 할머니 집에서 당시 범행을 재연했다. 이날 현장 검증에는 수화 통역사 2명이 동행했다.

신씨는 담을 넘어 침입해 피해 할머니를 헛간으로 끌고 가 목 졸라 숨지게 하고 방으로 옮긴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빗질까지 한 뒤 농산물을 훔쳐 달아나는 범행 모든 과정을 담담한 표정으로 재연했다.

경찰이 범행을 물으면 수화통역사가 주문하고 신씨가 실행하는 방식으로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현장 검증을 지켜보던 유족과 마을 주민들은 ‘마스크를 벗겨 얼굴을 공개하라’,’똑같이 당해봐야 한다’고 소리지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중에는 눈물을 터뜨리며 주저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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