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임산부가 출근길에 ‘임신부심’ 부리지 말라고 욕 먹은 사연

2016년 5월 30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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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네이트 판


“저기요. 임신부심 부리지 마세요”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희 언니가 임산부좌석 양보해달라고 했다가 욕먹었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임산부인 친언니로부터 눈물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건은 30일 아침, 고속터미널행 3호선 열차에서 벌어졌다. A씨의 친언니 B씨는 이날따라 유난히 자궁이 당기며 손발이 차가워지는 듯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때 마침 지하철 핑크색 임산부 좌석에는 임산부가 아닌 듯한 젊은 여성이 앉아있었고, 버티다 못한 B씨가 “정말 죄송한데… 제가 임산부인데 임산부가 아니시면 자리 양보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젊은 여성은 “저기요, 양보는 의무가 아니거든요. 임신부심 부리지 마세요. 몸이 그렇게 안 좋으시면 애를 위해서라도 출근을 안 하셔야죠”라며 어이없는 듯 B씨를 바라봤다.

이어 젊은 여성은 자리에 일어나 다른 칸으로 이동해버렸고 B씨는 어색함에, 또 놀람에 자꾸만 눈물이 흘러 A씨에게 전화를 건 것.

A씨는 “아니 무슨 솔직히 제가 임산부석 앉았으면 임산부 오면 당연히 양보해야 되는 거고… 아니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도 내가 임산부석 아닌 곳 앉았어도 누구든 저렇게 부탁하면 힘드시냐고 막 그러면서 일어날 것 같은데… 저렇게 쏘아붙일 것까지는 아니지 않나요?”라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원래 언니가 그렇게 눈물이 많지 않은데… 저랑 싸울 땐 무슨 전사가 따로 없는데 그 상황에서 한마디 못하고 울면서 저한테 전화 오니까 속에서 불이 나더라고요”라며 “그냥 때려치라고 진짜 목구멍까지 말이 올라왔는데 언니가 얼마나 힘들게 취업한지 알기 때문에 차마 그 말까지는 못했네요”라고 말했다.

또한 A씨는 “임산부좌석도 반발이 심한 건가요…? 전국에 출퇴근하는 임산부님들 화이팅입니다. 만삭 때까지 회사 다닐 수밖에 없는 제도가 잘못된 거지 임신한 몸 이끌고 출근하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라며 “아직 임신, 출산은 저에게 먼 얘기입니다만 더 임신하기 싫으네요. 임신부심이라니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일반석이면 몰라도 핑크좌석은 양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권리든 의무든”, “임산부석이 왜 생긴 건지 모르시나봐요 그분은” 등의 반응으로 A씨의 의견에 공감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은 “똑같이 요금 내고 지하철 타는데 양보하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해요”, “임신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똑같이 힘들어요”, “양보는 미덕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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