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리의 연애 필살기, “다른 수컷을 못보게 하라”

2016년 6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AKR2016060308020000901i

청계천의 송사리(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암컷이 다른 수컷을 볼 수 없도록 시야를 가려라.”

수컷 송사리는 연적을 물리치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암컷의 시야를 가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일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자연과학연구기구 기초생물학연구소와 오카야마(岡山)대학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2일 자(현지시간) 독일 동물학전문지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암컷을 다른 수컷에게서 멀리 떼어 놓는 ‘배우자 방어 행동’은 여러 동물에서 관찰되지만 대부분 동물의 이런 행동은 산란기 등 일정한 시기에만 나타난다.

연구팀은 송사리가 특이하게 거의 상시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데 주목했다. 암컷과 다른 수컷의 물리적 접촉을 방해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먼저 투명한 칸막이로 수조를 3부분으로 나누고 한쪽 끝에서부터 암컷, 수컷, 수컷의 순으로 송사리를 집어넣었다. 그러자 암컷 가까이에 있는 수컷은 경쟁자인 다음 칸의 수컷과 암컷 사이에 끼어들듯이 헤엄치며 배우자 방어 행동을 했다.

다음날 칸막이를 제거하고 수컷 2마리와 암컷이 각각 만나도록 했더니 암컷은 가까이 있던 수컷의 구애는 곧 받아들였지만 먼 쪽의 수컷의 구애는 거절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시 배우자 방어 행동을 할 수 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을 암컷의 옆칸에 넣고 다음 날 같은 방법으로 수컷과 암컷을 만나로독 했더니 암컷은 먼 쪽에 있던 수컷의 구애를 바로 받아들였다.

연구팀은 “연애에 이기는 조건은 암컷 가까이에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암컷의 눈에 띄어 기억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의 요코이 사오리(横井佐織) 연구원(생물학)은 “수컷 송사리의 방어 행동은 자기 자손을 남기기 위해 물리적으로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암컷에게 다른 수컷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이중전략”이라면서 “앞으로 야생 송사리를 조사해 자연계에서 수컷과 암컷의 인연형성과정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lhy5018@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