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과 무관심에 부서진 신혼의 단꿈

2016년 6월 8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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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


평소 ‘괜찮다는 말’에 구조 손길 못 미쳐…사인은 복강내출혈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망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동거남이 손과 발로 장시간 폭행해 피해 여성이 복강내출혈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동거남이 술에 취하기만 하면 상습 가정폭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추정되나 피해 여성이 ‘괜찮다’며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데다 가족 내 벌어지는 일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 떨어져 구조의 손길이 제때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숨진 동거녀 오모(45)씨에 대한 부검에서 복강내출혈이 사인으로 조사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확한 사인 분석을 의뢰했다고 8일 밝혔다. 복강내출혈은 장기 파열로 인해 흉부·복부에 출혈이 생긴 것이다.

오씨의 경우 심한 구타로 온몸이 피멍이 들어 있었으며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간을 손상, 출혈이 발생한 것이 직접 사인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알코올 중독증이 심한 동거남 유모(49)씨가 술을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으로 보고 범행에 둔기도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 4일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3일 저녁 7∼8시부터 당일 새벽 3시까지 유씨는 동거녀 오씨와 함께 많은 양의 술을 마셨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술을 마셨다는 음식점들의 폐쇄회로(CC) TV와 주변 진술을 토대로 음식점에 들른 동선 및 음주량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또 유씨가 ‘자신의 과거를 들추는데 화가 나 폭행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으나 무차별적 폭행이 이뤄진 점을 들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캐내고 있다.

경찰은 보강 수사를 거친 뒤 오는 10일께 유씨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오씨의 이웃들은 유씨가 동거녀를 자주 때려 위험한 상황이 많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경찰은 지난 1월 26일 유씨가 오씨를 심하게 구타하는 등 가정폭력 혐의(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대한 특례법 위반)로 적발된 것 외에 상습 폭행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당시 주민 신고로 유씨의 가정폭력 행위가 드러났으나 동거녀 오씨가 유씨와 조만간 결혼할 것을 전제로 동거하고 있고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해 유씨에 대한 처벌이나 임시조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불구속으로 입건했다.

동거녀 오씨의 의사에 따라 경찰은 유씨에 대해 접근금지 명령 신청도 하지 못했다.

유씨는 지난달 20일 약식재판을 통해 가정보호 전문기관의 교육 40시간 수강명령을 받았다.

유씨에 대한 가정보호 전문기관의 교육은 이달 일정을 확정돼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1월 사건 이후 경찰도 매달 1차례씩 방문 상담하거나 수차례 전화 상담을 벌였으나 그때마다 오씨는 “술을 마시지만 않으면 자상한 남편”이라며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숨지기 전날인 3일 진행한 경찰의 방문 상담에서도 오씨는 “시댁에서 신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원룸을 구해줘 기쁘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를 지난 3월 한 달간 도내 한 알코올 중독 치료 센터로 보내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기도 했으나 술을 마시면 도지는 폭력성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했다.

부부싸움이 잦은 것을 알고 있던 이웃들도 피해 여성이 유씨와의 결혼에 대한 기대감이 강해 가정폭력이 발생해도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씨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한 폭행이 있었던 당시 제주경찰청 112상황실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신고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유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일하며 지난해 7월부터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지난 4일 새벽 4시께 제주시내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동거녀인 오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과 발로 오씨의 가슴과 복부 등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동거녀 오씨는 같은 날 오후 4시께 심한 복통 등을 호소, 유씨의 신고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7시 10분께 숨졌다.

오씨가 장시간 폭행에 사경을 헤매고 있었으나 유씨가 술에 취해 오후까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오씨를 좀 더 일찍 병원으로 옮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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