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인데 옷가게가 망해서…”,노인 폭행녀 가족 증언

2016년 6월 9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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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


70대 노인 폭행 30대女 “옷장사로 2천만원 잃고 화풀이 범행”

‘분노 못참는 사회’…전문가 “좌절-공격이론 분노범죄 사례”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때렸다”

대낮 길거리에서 할아버지뻘 되는 70대 노인을 무차별 폭행한 30대 여성이 범행 후 경찰에서 한 말이다.

노인에게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히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던 여성은 경찰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외 다른 진술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녀가 어떤 사연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범행을 저질렀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지난 3일 오후 김모(30·여)씨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한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다가, 운동 중이던 안모(70)씨와 눈이 마주쳤다.

안씨는 출생신고가 늦어져 주민등록상 나이는 70이지만 실제로는 78세다.

김씨는 갑자기 안씨에게 “너 이×× 뭐야”라며 다짜고짜 발길질을 퍼부었다.

갑작스러운 봉변에 당황해하던 안씨에게 김씨는 계속해 주먹을 날렸고, 하이힐로 걷어차기도 했다.

얼굴과 가슴을 주먹으로 맞은 안씨는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김씨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주변을 지나다가 “무슨 일이냐”며 말리던 다른 여성들도 김씨에게 수차례 폭행당했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기분 나쁘게 쳐다봐서 때렸다”는 단 한마디만 하고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경찰조차 범행동기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했다.

김씨는 왜 생면부지의 노인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폭행했을까.

김씨의 아버지는 죄를 지은 딸이지만 “예전엔 정말 착한 딸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딸은 작년부터 1년 가까이 화성 모처에서 옷가게를 운영해 왔다”며 “그 가게가 영업부진으로 망하는 바람에 올초 2천만원가량을 잃게됐고, 그 뒤부터 화가 많이 난 상태로 생활해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씨는 정신병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실패를 겪으면서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다가 안씨를 별다른 이유없이 폭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의 아버지는 현재,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용서를 구하고, 폭행 사건을 합의하려 하고 있다.

한달 전인 지난달 2일에도 시내버스 안에서 어머니뻘 되는 50대 여성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된 적이 있는 김씨는 폭행이 상습적인데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주거부정’ 등의 사유로 구속된 상태다.

최근 김씨와 같이 분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엔 대전 대덕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A(16)군이 가방 안에서 벽돌을 꺼내 앞쪽에 서 있던 B(28·여)씨의 머리를 마구 내려친 사건이 있었다.

A군과 B씨는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것 말고는 일면식도 없었고 사건 직전까지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경찰에 붙잡힌 A군은 단지 후배와 말다툼한 뒤 화가 난다는 이유로 아파트 화단에서 벽돌을 주워 B씨를 무차별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충북 청주에서는 취업에 실패해 화가 난다는 이유로 길가던 80대 노인을 아무 이유없이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노 범죄를 ‘좌절-공격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주로 자기방어력이 약한 노인이나 어린이, 여성 등을 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김씨의 범행은 세상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안될 때에 느끼는 좌절감이나 실패의식이 폭력적인 공격행동으로 표출되는 ‘좌절-공격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흥분해서 폭력을 저지를 때는 자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분노조절 장애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평소에는 순한 사람도 아예 다른 사람이 돼 버리는 것”이라며 “단, (김씨의 경우)분노를 표출할 때에도 자신이 제압할 수 있는 노인 등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나름대로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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