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만졌나…피해자는 있고 가해자 없는 ‘성추행 사건’

2016년 6월 27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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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女 버스 성추행피해 사건 엇갈린 판결…1심 유죄·2심 무죄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버스에서 10대 여성 엉덩이를 한차례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20대에게 항소심에서 무죄 가 선고됐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범균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2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 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11일 오후 6시 30분께 경북도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B(16)양을 뒤따라 하차하면서 손으로 피해자 엉덩이를 1회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서 있던 사람은 B양, A씨, 중년 여성, 여대생 등 모두 4명이었다.

범행 상황을 입증할 만한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직접 목격자는 없었다.

B양은 버스가 정차하는 과정에 약간 앞으로 쏠렸다가 문이 열렸을 때 누군가가 자기 엉덩이를 2∼3초가량 만졌고 뒤돌아보니 A씨가 비웃듯이 웃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 점, 버스에서 내리던 사람 중 피고인을 빼면 여성인 점, 피해자가 종이가방 등 다른 물체에 접촉한 것이 아니라 누군

가가 손으로 꼬집듯이 만졌다고 정확히 표현하는 등 피해자가 다른 접촉을 추행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공소 제기한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은 피고인이 피해자 엉덩이를 만진 것으로 생각된다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당시 피고인 A씨가 한 손에 휴대전화를, 다른 손에는 쇼핑백을 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 상태에서 피해자 엉덩이를 꼬집듯이 만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누군가 어떤 이유에서 피해자 엉덩이를 만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피고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버스가 정차할 때 몸이 쏠리면

서 누군가 또는 누군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 피해자와 접촉했는데 이를 추행당한 것으로 오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유·무죄가 가려지게 됐다.

tjd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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