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주차했다고 망치질에 가스총까지 ‘살벌한 이웃사촌을 만나면 벌어지는 일’

2016년 7월 6일   School Stroy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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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다툼하다 울컥해 살해 협박…’내 집 앞은 내 땅’ 의식이 갈등 초래

주차공간 확보 대책 필요…정당한 절차 통해 분쟁 해결 시민의식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지난 4일 오후 1시 30분 청주시에서 이모(65)씨는 자신의 집 앞에 주차된 승용차를 보고 화를 참지 못했다.

집에서 망치를 들고나와 주차된 승용차를 마구 내리쳤다. 측면과 뒷면의 유리를 모두 박살 내고도 성이 풀리지 않아 차량 곳곳을 망치질했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집 앞에 차량을 무단 주차해 놓고 전화도 받지 않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웃 간의 사소한 분쟁으로 여겨졌던 주차문제가 살벌한 싸움으로 번지는 사례가 잇따른다.

◇ 주차 시비로 툭하면 주먹질, 차량 돌진까지

지난 4월 경남 김해시에서 이모(58)씨는 빌라 주차장 입구에 주차한 자신의 차를 빼달라고 항의하는 주민을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고도 화가 덜 풀린 이씨는 자신의 집 창문에서 무허가로 소지한 가스총까지 발사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광진구의 한 빌라 앞에서 김모(45)씨가 권모(55)씨와 주차 문제로 말다툼하다 격분, 승용차를 몰고 권씨를 향해 돌진했다. 다투던 권씨 뿐 아니라 옆에 있던 주민 세명까지 다쳤다.

김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차 안에 있던 야구 배트를 꺼내 권씨의 다리를 수차례 내려쳤다.

인천 부평구에서는 주차 시비를 벌이다 이웃 주민에게 기름을 끼얹고 라이터를 꺼내 살해하겠다고 위협해 징역 10월에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는 사건도 있었다.

집 앞 주차를 둘러싸고 벌인 사소한 시비가 분노로 표출돼 심각한 범죄로까지 번진 것이다. 한 동네에서 우애를 나누며 어울려야 할 주민이 ‘이웃사촌’이 아니라 ‘살벌한 이웃’으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풍속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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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 전쟁’ 해결할 근본 대책 필요

이웃 간 주차로 인한 ‘전쟁’은 도심의 주차 공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내 집 앞은 내 땅’이라는 의식도 분쟁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 몫 한다. 다른 사람의 주차를 막기 위해 물이나 시멘트를 채운 플라스틱 통, 고깔 모형의 안전표지판, 타이어 등이 주택이나 상가 주변에 설치된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공공의 도로를 마치 내 집인 것처럼 생각해 다른 사람이 주차하면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다.

이웃 간 인정을 앗아가는 주차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이 절실한 이유다.

주차 문제를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구 수성구가 2013년부터 추진한 부설주차장 개발 사업이 좋은 예다.

수성구는 주차난이 심각한 주택가 및 상가 밀집지역에 있는 학교, 종교시설, 대형건물 등의 10면 이상인 부설주차장을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단독주택에 부설주차장을 만들 때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면도로를 일방통행 도로로 만들어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주차문제 해결방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거주자 우선 주차제, 주택가 주변 공한지의 공공 주차장 조성, 주택·상가 건설 때 주차용지 확보 기준 확대 등도 대안으로 꼽힌다.

청주대 김영환(도시계획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해답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려는 주민 의식개혁”이라며 “주차문제에 대한 일반화된 답을 찾기 어려운 만큼 주택의 담을 허물어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그린 파킹’ 사업, 거주자 우선 주차제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시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 분쟁 조정할 사회적 시스템 절실

골목길 주차, 아파트 층간 소음, 쓰레기 투기 등 이웃 간에 빚어진 분쟁을 해결할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다양한 분쟁을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중재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22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서울 이웃분쟁 조정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이 센터는 시 법률상담을 거치는 민원 가운데 갈등이 빚어진 사안의 조정을 유도한다. 사전 상담은 전문 상담원이, 조정은 법률 전문가 등이 맡는다.

조정 대상은 층간 소음, 건축 소음·분진, 쓰레기 투기, 명예훼손, 주차, 애완동물 등 이웃 사이 크고 작은 생활분쟁이다.

지난해 8월 광주 남구에서 문을 연 마을분쟁 해결센터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범했다.

이 센터에는 분쟁해결에 나설 조정인으로 변호사, 법학 교수, 법무사, 지역 명망가 등 25명이 참여한다.

주민 스스로 분쟁을 해결하는 장을 만들고, 당사자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소한 갈등도 대화와 정당한 절차로 해결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건국대 이웅혁(경찰학과) 교수는 “개인적, 사회적 욕구불만이 분노로 표출돼 골몰길 주차 싸움, 보복운전, 층간 소음 갈등 등으로 나타난다”며 “자신의 영역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하면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생각이 사라지도록 사회 각 분야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웃 간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마련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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