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엉덩이에 그린 눈, 사자 공격 막을까…호주팀 실험

2016년 7월 6일   정 용재 에디터

AKR20160706117000093_01_i소 엉덩이에 새겨진 눈의 모양[출처:호주 타롱가 동물원]

  공격 의도 노출됐음을 인식시켜 사냥 포기하도록 유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가축의 엉덩이에 주위를 경계하는 모양의 날카로운 눈을 그려놓으면 사자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연구팀은 사자들에게 자신들의 공격 의도가 노출됐다는 점을 인식시켜 사자가 사냥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실험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고 호주 언론이 6일 전했다.

이번 실험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이뤄진다. 앞서 소 62마리를 상대로 한 예비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본격적인 실험을 하게 됐다.

 

보통의 소 39마리 중에서는 3마리가 사자에게 희생됐지만, 눈을 그려 넣은 같은 무리의 23마리는 모두 살았다. 8주간에 나타난 결과다.

연구팀을 이끄는 닐 조던 박사는 사자들이 사냥구역이 계속 줄자 농장으로 접근해 가축을 잡아먹고, 가축 주인들은 사자를 죽이는 식으로 대응해 이같은 실험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축 주인들로서는 사자가 멸종 위기종이지만 총이나 독극물로 죽이는 것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던 박사는 또 “사자들은 숨어있다가 공격하는 사냥꾼들로, 먹잇감을 향해 몰래 서서히 다가가 순식간에 달려든다”며 “사자가 임팔라에게 발각되자 사낭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실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연에서는 발각이 되면 포식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며 “한 예로 나비 날개의 눈을 닮은 모양은 새들의 접근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인도 나무꾼들은 숲 속에서 호랑이를 피하려고 머리 뒤쪽에 마스크를 써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험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당장은 농장주들은 비용을 줄이고 사자도 보호받을 수 있겠지만, 인간의 개발 등으로 사냥터나 사냥감이 감소하는 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구팀은 이달 중 보츠와나로 돌아가 동물들에게 GPS 추적장치를 달아보는 등 3개월 동안 더 많은 실험을 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에는 1975년만 하더라도 약 25만 마리의 사자가 있었으나 지금은 약 10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데일리 메일 호주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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