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생활부 조작, 학생은 교무실 침입…성적 비리 잇달아

2016년 7월 8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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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립 중·고 학부모 “부실 투성이 학교도 교육청도 못 믿겠다”    

 

(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최근 대구 한 고교 교사가 동료 교사 인증서를 도용해 학교생활기록부(생활부)를 조작한 데 이어 중학생이 교무실에 침입해 기말고사 답안지를 고치는 일이 벌어져 교육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모 사립고등학교 A 교사가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자기가 지도한 동아리 학생 105명 가운데 30명의 생활부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부분을 몰래 수정한 것으로 대구시교육청 감사 결과 드러났다.

 

생활부 해당 영역을 수정할 권한이 없는 A 교사는 동료 교사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 인증서를 도용해 모두 39건을 무단 정정했다.

시교육청은 A 교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해당 학교법인은 A 교사를 파면했다. 학교법인은 나이스 인증서 관리를 소홀히 한 동료 교사를 정직 처분하고 학교장도 관리 책임을 물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사건은 A 교사가 대가 없이 순전히 자기가 지도한 학생 활동 내용을 잘 적어주기 위해 벌인 일로 끝났으나 대입과 직결된 생활부 관리에 불신을 키웠다.
지난 6일에는 모 사립중학교에서 1학년 B 군이 일과 후 학교에 몰래 들어가 이날 치른 기말고사 답안지를 고친 사실이 드러나 남은 시험이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B 군은 교무실 내 창고 안 캐비닛에 보관한 기말고사 2개 과목 OMR 답안지를 수정했다가 이튿날 오전 학교 측에 발각됐다. 이때 함께 보관한 시험지 봉인은 뜯기지 않아 문제지는 유출되지 않았다. 학교 측은 B 군이 현관문부터 교무실 출입문, 창고와 캐비닛 문 등 4중의 문을 몰래 따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B 군은 당시 현관문과 교무실 출입문, 창고 문이 잠기지 않았다고 주장해 시험지와 답안지 관리부실 의혹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이 학교에서는 2007년에도 기말고사 시험지가 한 사설학원장을 통해 유출돼 학생들이 다시 시험을 치른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주부 고모(46·여)씨는 “학교 시험, 생활부 기록 등을 엄격히 관리해야 하는 데도 실은 부실투성이여서 학교나 교육청을 믿지 못하겠다”며 “어디선가 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최근 일련의 일이 모두 사립 학교에서 발생했다”며 “사립 학교는 공립 학교만큼 관리 감독하기가 쉽지 않지만 드러난 문제에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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