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 아빠의 노예였어요”… 서울대 16학번의 고백

2016년 7월 12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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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ajung_happy-Instagram/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저는 엄마, 아빠의 노예였어요”

‘서울대’ 16학번 신입생의 뜻밖의 고백이 화제다.

지난 10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안녕하세요. 전 16학번 신입생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저는 우리 학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안타깝지만 저는 다른 학생들처럼 우리 학교를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라고 고백했다.

누구나 선망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학교인 ‘서울대’를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며, 좋아하지 않다는 고백은 의외였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서울대를 지원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단지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학교에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글에 따르면, 그의 학창시절은 ‘창살 없는 감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엄마는 제게 공부 이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길 바랐셨습니다”며 “야자를 하면 친구들과 엮인다며 학교가 끝난 뒤 독서실로 데려가 옆자리에 앉혀 공부를 시켰습니다”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늘 공부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부모님은 항상 그의 곁을 지켰다. 특히 엄마는 고교 3년 동안 새벽 두 시까지 그와 함께 했다.

그는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제가 잠들면 아빠는 제 가방을 뒤져서 제가 오늘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확인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침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매일 학교에 데려다 준 엄마, 아빠의 속마음은 “버스를 타고 가면 혹시라도 잠을 잘까.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를 안 할 수도 있으니 데려다줘야 한다”였다.

그의 집에는 TV는 물론이고 컴퓨터 역시 공부에 방해된다며 아예 없었다. 핸드폰은 일찌감치 중2때 해지했다.

또한 고등학교 3년 내내 전 교복 말고는 어떤 옷도 입어볼 수 없었다. 옷을 사주면 바람이 들어서 공부를 안한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그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20년 전 엄마가 입던 옷을 입기도 했고, 또 사촌누나가 준 다 떨어진 여성 티셔츠를 입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엄마, 아빠의 소원대로 서울대에 입학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문제는 여기서 생겼습니다. 감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나니 더 이상 저에게 남은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라며 고대 노예를 예로 들었다.

“고대 노예들은 길들여진 뒤에는 스스로가 노예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 생활에 적응한다고 합니다. 저도 마치 그런 노예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목표를 잃어버리고 현실이라는 바다에 표류하는 배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이 학창시절 가장 하고 싶었고 또 재미있었던 일을 찾아봤다는 그.

 

바로 춤과 노래였다. 자신을 위로해주던 그것에서 새로운 꿈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다. 앞으로의 그의 인생 역시 부모님의 계획대로 간다면 꿈을 이룰 수 없기 때문.

끝으로 그는 “부모님과의 연을 끊고 꿈을 좇아야 하는지 아니면 나를 죽이고 부모님이 원하는 내가 되어야 하는 지 혼란스럽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당신의 인생에 있어서 주체는 누구입니까?”,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세요 대신 벗어날 용기가 필요해요. 그 용기는 글쓴이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하셨으면 좋겠어요”, “춤과 노래가 진짜 꿈이 아니게 될 수도 있어요. 아직 경험해본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공부 이외의 도피처를 꿈이라고 착각한 걸 수도 있습니다. 꿈을 섣불리 정하기 보다는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친구도 많이 사귀고 대외활동도 하고 여러 경험을 가져서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일단 춤과 노래에 빠져보는 걸로!” 등의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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