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반디 작가 “앵그리맘,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며 쓴 작품”

2015년 5월 11일   정 용재 에디터

데뷔작서 묵직한 반향…”드라마와 다큐 사이 고민 많이 해”
“다시 돌아보기 너무 아픈 이야기, 시청자가 잘 봐주셔서 감사”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저는 사회의식이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예전 같으면 제가 이런 드라마를 쓸 줄은 상상도 못했죠. 그런데 세월호 참사는 저같은 보통 사람들을 분노시켰습니다. 너무 화가 났죠. ‘앵그리맘’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면서 쓴 작품입니다.”

 

지난 7일 화제 속에 막을 내린 MBC TV 수목극 ‘앵그리맘’의 김반디(39) 작가를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만났다.

 

그는 ‘앵그리맘’을 끝내고 나니 “허탈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근래 보기 드물게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묵직한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현실을 반영하는 데 있어 속도가 꽤나 더딘 드라마에서 ‘불과’ 1년 전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를 우회적이지만 정면으로 비판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앵그리맘’은 지난해 MBC 미니시리즈 극본공모 당선작이다. 신인 작가가 이 같은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풀어낸 것이 방송가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사진은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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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우선 이력이 궁금하다.

▲다큐멘터리 구성작가 출신이다. 주로 KBS에서 일했다. 구성작가 생활이 불규칙하기도 하고 힘든데 오래하다 보니 몸이 아파서 집에 틀어박히게 됐다. 그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드라마를 쓰게 됐다. 2007년 KBS 단막극 공모에서 ‘겨울 지나 여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방송은 ‘당신이 머무는 자리’라는 제목으로 나갔다.

 

–김반디는 본명인가.

▲본명 아니다. MBC 극본공모에 내면서 필명으로 내걸었다. 본명은 박경수다. 동명의 너무나 유명한 작가(‘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를 쓴 박경수 작가)가 계셔서 어쩔 수 없이 필명을 쓰게 됐다.(웃음)

 

–‘앵그리맘’을 어떻게 쓰게 됐나. 실제로 앵그리맘인가.

▲나는 싱글이다. 많이들 내가 엄마라고 생각하더라.(웃음)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하루하루 참담한 뉴스를 보면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 사실 MBC 극본공모에 내면서 너무 주제의식이 강해서 걱정했다. 그런데 다행히 뽑혔고, 편성도 빨리 돼서 곧바로 미니시리즈 대본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쓰면서도, 방송하면서도 내내 걱정을 했다. 그때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1년 후 다시 끄집어 내 시청자에게 견뎌내라고 해도 괜찮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잘 받아주셨다. 다시 돌아보기 너무 아픈 이야기인데 외면하지 않고 다시 봐주셔서 감사하다. 1년 사이 세월호 참사가 많이 잊혀졌고, 일부에서는 ‘그만 좀 해라’고 하는 때라 가슴이 아프다.

 

–분노를 했어도 그것을 드라마로 옮기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힘들었을 것 같다.

▲뭘 몰랐으니까 덤볐지, 알고는 이런 드라마 못 쓴다. 중간에 내가 어쩌자고 이 이야기를 시작했을까 허벅지를 수도 없이 찔렀다.(웃음) 많이 힘들었다. 드라마냐 다큐나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너무 다큐적으로 접근할까 봐 경계했다. 주제의식을 가져가면서 코미디와 밸런스를 맞추는 게 제일 어려웠다. 아무래도 시청률을 의식해야 하니 초반에는 코미디를 좀 강화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뒤로 뺐다. 중반부쯤 왔을 때 중심을 잡는 게 어려웠다. 시청률을 생각하며 왔다갔다 한 부분이 있다. 무거운 이야기도 이왕이면 소화하기 쉽게 밝은 톤으로 끌고 가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도저도 안되는 것 같아 후반부에는 그냥 시청률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하고 싶은 이야기라도 하자 싶었다. 결과론이지만 어차피 시청률에는 큰 변화가 없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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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청자가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코믹 판타지일 거라 생각했다가 엄청난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전설의 ‘일진’ 출신 엄마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문제라고들 생각하셨을 거다. 실제로 그 이야기로만 풀어가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기에 처음 기획대로 했다. 많은 분들이 우리 드라마에 가볍게 들어왔다가 점점 이야기가 커지는 것을 보고 당황하셨을 거다. 난 세월호 참사의 근본에는 교육의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나.

▲극중 대사에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마” “시키는대로 해”라고 교육한다.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있는데 학생들을 그렇게 교육시키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힘을 키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놓고 사고가 터지니까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고 나 하나만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시키는대로 하는 문화 속에서 그런 참사가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모든 상황이 폭력적이다. 세월호 참사처럼 거대한 폭력도 있지만, 그걸 축소해서 인간 둘만 모여도 센놈과 약한놈으로 관계가 형성된다. 센놈이 약한놈을 밟는 게 당연시되고, 그것을 방관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 세상이 폭력적이다. 그러니 학교폭력도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무슨 거창한 사회의식으로 이 드라마를 쓴 게 아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의리와 사랑, 존경, 배려가 있는 세상, 분노할 일에 분노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이건 상식과 기본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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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 몸통인 홍회장(박영규 분)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3개월 만에 출소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사면을 받았던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모든 부정부패와 비리의 종합선물세트였다. 하나하나의 비리는 여기저기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여기저기 줄을 댄 홍회장은 법으로는 응징이 안되고 사면돼 출소한 뒤 다른 힘에 의해 제거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특별사면 사례들을 조사했는데 그중 가장 웃겼던 사유가 ‘지병으로 돌연사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홍회장을 같은 사유로 사면시켰다. 법을 못 믿어서 엄마(조강자)가 학교에 잠입하고, 수감 중인 조폭(안동칠)이 탈주해서 홍회장의 폭주를 막으려 했으니 얼마나 씁쓸한가. 홍회장은 결국 자신이 기댔던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제거됐다. 고발하고 잡아내도 그 권력은 또다시 살아나니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지현우 씨가 연기한 박노아 캐릭터가 내 마음속 이상형이다. 선하기만 한 캐릭터는 무력해 보이고 답답해 보이지만, 이런 사람이 꼭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렸다. 남을 도울 줄 알고, 잘못된 것에 부끄러워할 줄 알며, 분노할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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