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택시기사님한테 ‘외국인’ 코스프레 한 사연

2016년 8월 10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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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라디오스타’/네이트 판


얼떨결에 ‘외국인’ 코스프레를 하게 된 누리꾼의 사연이 전해져 누리꾼들의 웃음을 사고 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시기사님한테 외국인인 척’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친구들과 캐리비안베이를 놀러가기로 한 글쓴이 A씨는 이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먼저 가라고 한 뒤 뒤늦게 준비를 마쳤다.

시계를 보니 이미 12시가 넘은 상태. 친구들이 재밌게 놀고 있을 생각을 하니 다급해진 A씨는 전철로는 1시간 반, 택시로는 30분 거리였던 캐리비안베이를 결국 ‘택시’를 이용해 가기로 결심했다.

급하게 택시를 잡아 “에버랜드로 가주세요”라고 말한 뒤 우울해진 기분으로 축 처져 있었다.

그런데 그때 기사님이 A씨를 향해 말을 걸었다. 분명 무슨 질문이었지만 귀가 좋지 않았던 A씨는 못 알아들었고 이에 “네? 다시 말씀해주세요~”라고 되묻게 되었다.

기사님은 “에버랜드 가는 거세요? 캐리비안 가는 거세요?”라고 다시 물었고 A씨는 캐리비안베이를 말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택시 기사님과 대화를 나누게 된 A씨.

A씨는 “근데 내가 귀도 안 좋고 말도 약간 더듬거리고 말투가 어눌한 편이다. 처음 본 사람한테는 특히 더 더듬음! 그래서인지 자꾸 ‘네?’, ‘아~ 네?’, ‘아~’를 연발하고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때 기사님은 A씨의 말투가 답답했는지 “외국에서 계속 살다왔나?”라고 물었다.

사실 A씨는 호주에서 태어나긴 했다. 단 태어나기만 했지 2달만 살다가 한국으로 왔기에 호주에서는 살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계속 살다온 건 아니고 호주에서 태어났어요”라는 대답에 기사님은 모든 의문이 풀렸는지 “역시! 한국말을 잘 못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때부터 기사님은 A씨를 한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보듯이 대했고 A씨는 ‘2달 밖에 안 살았어요’라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

 

‘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에 빠진 A씨였지만 계속되는 기사님의 질문에 결국 ‘외국인’ 코스프레를 하게 되었다.

“내 아들도 호주에서 유학생활 했는데 호주 어디서 태어났어요?”라는 기사님의 질문.

어느새 A씨는 더욱더 어눌하고 더듬으면서 “싀… 싀드니에서 왔어여”라는 연기를 하게 됐다.

기사님 : 한국 잠깐 놀러온 거냐. 한국에 친구들도 많이 없을 텐데 혼자 캐리비안베이 가는 거냐?

A씨 : (코스프레 장착)아… 아니에여… 호주보다 한국이 친구들 더 많아여

그러다 또 긴 질문을 한 기사님의 말을 못 알아들은 A씨가 다시금 “네?”라고 되묻자 기사님은 “아 빠르게 하면 못 알아듣나? 그.럼.한.국.이.더.좋.아.요.호.주.가.더.좋.아.요.?”라며 천천히 스타카토로 끊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둬… 좋아여~~”

A씨의 한국말 서툰 교포 코스프레와 기사님의 배려 넘치는 스타카토 화법은 캐리비안베이에 도착할 때까지 쭉 이어졌다.

마지막까지 “길.잃.지.말.고.재.밌.게.놀.아.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 기사님.

A씨는 “하…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다왔냐는 질문 많이 받았는데 내 말투가 그렇게 이상한가? 영어유치원-일반초-국제중고등학교 다녀서 그런지 말투가 이상해졌나봐. 어렸을 땐 일상생활 불편할 정도로 더듬고 말투도, 발음도 이상했는데 크면서 많이 나아졌음.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선 간혹 그렇게 되지만”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요금 바가지 씌웠단 내용일 줄 알았는데”, “한국어 연습 좀 하세요”,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기사님이 아들 유학간 상태라 더 신경 써주신 듯”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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