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시간을 끌어안다

2016년 8월 16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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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덕혜옹주’는 역사 속에서 잊힌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일생을 담은 작품으로, 손예진은 비참하기만 했던 그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을 처음 보고 손예진은 많이 울었다. 앞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타워’ 등 전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여러 영화의 당사자지만, 정작 본인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영화를 보고 울었다면 쑥스러워 했다.

“그동안 운 영화가 없다고 하니까 다들 배신감을 느끼시더라.(웃음) 내 영화를 보면 내가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느라 바빠서 안 울게 된다. ‘덕혜옹주’는 같은 여자로서 느끼는 아픔이 있었고, 실존 인물이라서 그런지 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우리 영화는 세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공항 장면이 슬펐는데, 덕혜옹주의 비극적인 시간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같은 인간으로서 느끼는 연민이 컸다.”

“촬영을 마치고나서 이 영화를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주는 분위기나 애환이 깊게 남아있었나 보다. 연기할 때보다 스크린으로 직접 눈으로 보니까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지금도 누가 조금만 건드리면 금방 울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영화는 실존인물인 덕혜옹주의 삶에 상상력을 더한 권비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잔잔하지만 다양한 사건이 흘러가는 이 소설을 영화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각색했고, 원작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남편인 다케유키와의 이야기 대신 망명 작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몇 년 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소설과 비슷했는데, 각색하는 과정에서 많이 달라졌다. 어떤 지점을 중점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른 영화가 나온다. 다케유키와의 결혼생활, 딸 정혜와의 이야기, 어린 시절 일본 유학 갔을 당시의 외로움 등 여러 가지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여러 장면을 빼고 넣으면서 지금의 영화가 탄생됐다. 감독님과 잘 만들어 간다면 어떤 대본이라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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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는 조선의 옹주로서 위치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한 여인일 뿐이었다. 고귀한 신분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그의 운명은 더욱 비극적이었다.

“대의를 위해서 무엇을 했느냐는 지점으로 보면 덕혜옹주는 위인처럼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살다보면 우리 의지대로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 상황에서 덕혜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연민이 더 느껴졌다. 나도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의 타이틀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어서 한 여인으로서 생각했다. 이렇게 비극적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갔을까.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왕족으로서 일본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고 생각했을 사람들이 많겠지만, 정말 그렇다면 미치지도 않고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덕혜옹주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쓴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덕혜옹주’는 그동안 사람들에게 인생 영화, 인생 드라마, 인생 연기를 선사했던 손예진에게도 소중한 필모그래피로 남을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이야기 하는 이번 영화를 통해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누구의 세월이든 흐른다. 데뷔 15년인데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개인적으로 생각도 많아지고 숙연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가 많이 생겼고 작품을 즐기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좋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