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때렸습니다. 저를 패륜아라고 욕해도 좋아요”

2016년 8월 22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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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왔다 장보리'(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네이트 판


자신을 ‘패륜아’라고 소개한 한 30대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엄마를 때렸어요. 제가 패륜아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대 중반의 여성 A씨는 “제목 그대로 엄마를 때렸어요”라고 말문을 뗐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늘 욕설을 들어오며 자랐다는 A씨는 “자주 맞은 건 아니지만, 욕설은 거의 매일 매일 들었고 한번 맞을 때면 청소기로도 맞고 뺨 맞고 머리채 잡히며 발로 밟히며 맞았어요”라며 “이유는 항상 저에게 있었는데 청소를 안했다든지 하는 사소한 이유들이었어요”라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털어놨다.

밥 먹다가 물을 쏟으면 “덜 떨어진 X, 모자란 X”, 중학교 땐 아파서 병원 가야 하는 A씨를 향해 “X년이 돈도 없는데” 등 늘 욕 먹을까 두려워 살 얼음판 걷듯이 살아온 나날.

A씨는 “엄마에게 살뜰하게 보살핌과 애정을 받는다는 일 따위는 없었고 집안 형편도 안 좋았기에 급식비나 기타고지서 등을 엄마에게 내밀 때마다 심장이 조마조마했고요. 아빠와도 사이가 서먹서먹했고 엄마, 아빠는 자주 싸웠어요. 집안 물건이 다 깨지고 경찰이 올 만큼. 그때 깨진 유리조각이 발바닥에 박혀 20년이 지난 지금도 발바닥에 흉터가 남아있네요”라고 말했다.

집에 가기 싫어 놀이터에 앉아 울던 A씨. 이러한 과거로 인해 A씨의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분노조절장애가 생겨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극단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A씨가 대학에 들어간 후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각자 재혼하신 상태.

이제는 집에 1년에 두세 번 갈까 말까 하다 보니 욕을 들을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웃긴 건 A씨의 내면에는 다른 모녀들처럼 엄마랑 쇼핑도 다니며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했다.

그 마음에 작년, 직장을 엄마가 사고 있는 지역 근처로 발령 받아 자주 보게 된 A씨.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예전의 욕을 듣기 시작했다.

“입 닥쳐. XXX아. 개 같은 X이 나이 X먹고 눈치도 없네”

결국 평생 억눌러왔던 분노가 폭발한 A씨는 그야말로 눈이 돌아갔다.

“나도 이런 X같은 집 구석 지긋지긋하다. 부모로서 나한테 해준 게 뭐냐. 내가 왜 이런 욕을 듣고 살아야 하냐. 뭘 잘못했는데. 맨날 어린 딸 도박판 끌고 다니면서 놀음질하고 쌍욕하고”

A씨의 말에 엄마는 A씨를 밀치며 “이제 와서 그딴 소리를 왜 해? 내가 부모 노릇 못한 게 뭔데?”라며 “죽여버리겠다. 패륜X, 미친X, 짐승 같은 X. 정신병원에 넣어야 한다. 부모 때리는 X이 사람이냐? 짐승이지”라고 말했다.

A씨는 그 순간 자신이 받은 상처가 ‘가해자가 없는’ 상처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몰랐다.

그 길로 인연을 끊기로 결심하며 집을 나온 A씨. 하지만 착잡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A씨는 “아빠는 말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니까 엄마니까 참았어야 했다. 속마음은 안 그럴 거야라고”라며 “하지만 전 묻고 싶어요. 엄마라는 이름이 자식에게 욕 퍼붓고 인격모독해도 되는 면죄부냐고”라고 그동안의 아픔을 호소했다.

이어 “주눅들어 매일 소심하게 울던 제 유년시절이 너무 불쌍해요. 전 어제부로 패륜X이고 엄마 때린 천하의 쓰레기네요. 근데 후회 안 해요. 하나도. 제가 받은 수치심, 모멸감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털어놓고 나니 후련해요. 저를 욕해도 좋아요. 겪어보지 않으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제목만 봤을 땐 어떻게 엄마를 때려? 패륜이지 하고 들어와 글 읽었는데… 아니 여태 어떻게 사셨어요”, “글쓴이 마음이 치유 받으려면 상담도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이미 오랜 세월 잘못된 방식에 노출되어서 상처 많으실 텐데 이제라도 치유 잘 하셔서 행복하게 잘사셨음 좋겠네요”, “더이상 상처 받지 말고 연을 끊으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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