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종로 23만원’ 바가지요금 부끄럽게 만든 외국인 선행

2016년 9월 4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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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관광객 D씨가 받아든 두 장의 바가지 영수증. 인천공항에서 서울 종로까지 무려 23만5천원이 찍혔다.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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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인 관광객 D씨가 돌려받은 콜밴 바가지 요금 15만원을 서울시 관계자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신 전달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 차액 15만원 돌려받자 장애아동에 기부하고 떠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악덕’ 콜밴에 2.3배에 달하는 요금 바가지를 썼다. 여기까지는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이 관광객은 환불받은 돈을 장애아동에 기부하고 우리나라를 떠났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호주인 D씨는 7월 9박10일 일정으로 관광차 한국을 처음 찾았다. 인천공항 출국장을 빠져나온 뒤 서울 종로에 있는 호텔로 가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차 콜밴 기사 A씨가 접근해 ‘택시가 필요하느냐’고 물어와 그의 차량에 탔다.

A씨는 D씨가 콜밴에 올라타자 미터기를 켰다. 서울로 향하는 도중 영수증을 한 번 끊었고, 26분 뒤호텔에 도착하자 다시 한 번 끊은 뒤, 두 장의 영수증을 뒷좌석으로 내밀었다.

D씨가 확인한 영수증 두 장에 적힌 금액은 각각 11만원과 12만5천원으로 총 23만5천원에 달했다. 이 구간 통상 요금 8만5천원의 2.3배에 달하는 액수다.

D씨는 “영수증 두 장에 대해 지불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A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자리에서 23만5천원을 냈다.

그렇지만 액수를 이상하게 여긴 D씨가 호텔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호텔 측이 시에 신고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시는 호텔과 고속도로 톨게이트 CCTV를 분석해 A씨의 차량을 확인하고, 3일 뒤 집 근처에서 그를 적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택시 미터기를 콜밴에 장착해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터기에는 지난해 이미 말소된다른 차량 번호를 입력한 상태였다. 이 미터기는 일반 미터기보다 요금 증가 속도가 2∼3배나 빨라 조작이 의심됐다.

시 관계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콜밴에 택시 미터기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라며 “A씨는 콜밴 수송에 필요한 화물운송자격증도 없이 영업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시 조사 과정에서 “영수증이 출력됐길래 뒷좌석에 놨고, D씨가 이를 보고 돈을 낸 것”이라고잡아뗐다. 그러나 시는 A씨를 부당요금징수, 요금사전신고 미이행, 택시유사표시행위, 화물운송자격증 없이 운전업무 종사 등으로 관할 구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D씨는 결국 1주일 뒤 정상 요금과의 차액인 15만원을 돌려받게 됐지만, “내가 이 돈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신 이 돈을 어린이 장애우에게 기부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는 D씨의 뜻에 따라 15만원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시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택시·콜밴 바가지를 근절하고자 힘을 쏟고 있지만, 일부 기사들의 바가지 관행은 이어지고 있다.

시가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부당요금 단속이 시작된 이래 지난해 하반기 66건이 적발됐다. 올해 1∼8월에도 85건이 적발됐다.

카드로 결제됐는데도 되지 않은 것처럼 속여 현금으로 또 요금을 받아내거나, 가짜 영수증을 미리 준비해 늦은 밤 공항으로 이동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등 그 수법도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콜밴 리스트를 확보해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연중 지속해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단속 시간도 탄력적으로 운용해 취약 시간을 줄이려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