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가는 지하철서 ‘건대’ 훈남을 만났습니다

2016년 9월 27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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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BS ‘오 마이 비너스'(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건국대학교 대나무숲


학교 가는 지하철 안에서 ‘무개념’과 ‘훈남’을 동시에 만난 한 여학생의 사연이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 각종 커뮤니티 및 SNS에는 ‘오늘자 건대숲 훈남.JPG’이라는 제목으로 전날 26일 ‘건국대학교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올라온 훈훈한 사연 하나가 확산됐다.

사연 속에는 평범한, 아니 ‘특별한’ 여학우 A양이 등장한다.


A양을 자신을 ‘솔직히 뚱뚱한’ 여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이날 학교를 가던 지하철 4호선에서 겪은 어이없는 일을 털어놨다.

A양은 “제 옆에 계시던 건대 과잠을 입은 학생이 저 들으란 듯이 ‘아 돼지들은 돼지칸을 따로 만들어줘야 돼. 혼자 2인석 차지하네’라는 말을 했어요. 애써 아닌 척 하려는 순간 제 앞에 있던 순하게 생긴 남성분이 갑자기 화를 내시더니 ‘야 너 건대 맞냐. 왜 건대 과잠 입고 모르는 분한테 말 그따구로 하냐’라며 제 편을 들어주시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 남자는 “학번 보니 후배님이네. 후배님 덕분에 네 옆에 멀쩡하고 평범하신, 아니 특별하고 소중한 분이 기분 나쁘셨을 것 같다. 사과해라”라고 말했고 A양 옆 무개념남은 “네가 뭔데 껴드냐. 학교 선배면 다냐”라고 끝까지 뻔뻔하게 굴었다.

결국 그 남자는 “이건 (선배가 아니라)길 가는 사람이었어도 승질 냈을 거다. 어디서 누군가에겐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한테 너도 잘난 것 아니면서 시비를 거냐”라고 따졌고 당시 이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맞네. 학생이 너무 했네”라고 남자편을 들어줬고 무개념남은 무안해졌는지 다음 역에서 내려버렸다.

서러움과 고마움에 눈물이 터질 것 같던 A양에게 그 남자분은 “울지 마세요. 울면 지는 거고 그쪽은 이미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라고 토닥여줬다.

건대로 가는 내내 ‘그런 사람’ 상대하는 방법과 기죽지 않는 법, 또 꼭 살을 빼겠다는 A양에게 “살 빼는 건 좋지만 너무 독하게 빼지 마세요. 자신을 잃지 마세요”라는 조언과 함께 과자를 건넸다.

A양은 “제가 꼭 사례하고 싶다고 저도 건대라고 번호 달라 하니 여자친구 있다고 안 된다고 하셨어요. 과나 학번은 알지만 이런 거 알려지고 싶지 않다고. 자기 되게 냉철한 사나이 이미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인연이 되면 나중에 교양에서든 어디서든 만나면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A양은 그 고마운 남자분을 향해 “그쪽의 선의 때문에 안 좋을 일까지 생각했던 제 마음을 다잡아줘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저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이에요. 저 그쪽이 준 과자를 마지막 군것질이라고 생각하고 진짜 진짜 노력할 거에요. 생각해보니 저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었더군요. 저도 노력해서 그쪽처럼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게요. 살도 빼고 예뻐지고 꼭 인연이 닿아 그쪽한테 커피 사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 글을 보실진 모르겠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꼭 찾아가겠습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와. 훈훈 쩔어. 멘탈이 훈남 아니고 미남”, “그 여친이 부럽네요”, “근데 과잠 입고 그딴 소리 내뱉는 놈도 진짜 대~단하다 참”, “헐 저런 사람이 존재하다니”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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