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논란중인 ‘여자친구의 순결을 지켜주는 것’

2016년 10월 5일   정 용재 에디터

zeevl3y060

출처 : MBC ‘남자가 사랑할 때'(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이하)


순결을 지켜준다는 표현이 과연 맞을까. 또한 그것에 희생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자친구의 순결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올라온 어느 남학생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남학생 A군은 “여러분 여자친구의 순결을 지켜주는 건 남자로서 큰 희생이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라고 말문을 뗐다.

사연에 따르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 동안 여자친구의 순결을 지켜줬다고 한다. 이유를 들자면 여자친구를 너무나 사랑했기에 여자친구가 무서워하고 하기 싫어하는 관계를 굳이 강요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것.

A군은 “당연히 저도 남자라 하고 싶었지만 그녀를 아껴주려고 나중에 때를 기다리려고 속으로는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참았어요. 친구들에게는 얘기 안 했지만 아마 알면 호구라고 했겠죠. 이문제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냥 그녀의 연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어요”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그렇게 여자친구를 사랑한 A군도 몇 달 전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이유는 여자친구가 보기에 A군이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졌다는 것.

A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친구를 위해 순결까지 지켜주는 자신에게 어떻게 그녀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A군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제 의지를 희생하며 순결을 지켜주는 것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라며 “사랑에는 소유 및 대가라는 개념을 이입하면 안 되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이렇게 헤어지고 나니 결국 너는 다른 남자랑 결혼할 것이고 나는 뭘 위해 내 20대 초반의 2년을 꾹 참고 지냈나 하는 마음이 들고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라고 말했다.

이어 “헤어지면서도 차마 ‘나는 너의 순결도 지켜줬는데’라며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녀가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제가 그녀를 참 많이 아꼈고 사랑했고 희생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댓글에서는 A군의 일부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여자친구의 순결을 ‘지켜준다’는 발언이 그랬다.

한 누리꾼은 “제발 남자들. ‘지켜준다’라는 말 좀 안 했으면. 그건 여자 본인이 지키는 거지, 남자들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 혼후관계주의인 사람한테 조르면서 관계를 강요하는 거고 성폭행인 거고 그게 싫으면 자기가 참던가 아님 다른 사람 찾던가. 왜 자기가 크게 희생한 거고 자기가 여자를 봐준 거라면서 대가를 바라는 거지?”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다른 누리꾼 역시 “불편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네. 순결 지켜준 게 무슨 유센지 아는 사람들. 지켜준다는 표현도 이상하지만 지켜주는 사람들이 자기네들 무리에선 호구라고 불리는 현실.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고 일반적이겠죠. 노답이네요”라고 밝혔다.

반면 “글쓴이의 사고방식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2년 간 연인으로서 남자가 느꼈을 외로움과 인내심을 너무도 당연하고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여자분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참 씁쓸하네요”라며 “물론 지켜준다는 표현은 남성주의적 표현이긴 하지만 ‘너 그거 했으면 강간이야!’라는 말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원하는 욕구 자체를 저급하게 몰아갈 만큼 글쓴이가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고 싶은 건 너무나 당연하고 강력한 욕구에요”라는 의견 역시 많았다.

또한 “놀이공원 비유를 들게요. 여자가 너무나도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하는데 남자가 가기 싫다고 해서 여자가 남자를 배려해 2년 동안 안 갔습니다. 이건 여자의 배려인가요? 아닌가요?” 등의 반응까지.

해당 글이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며 순결과 희생에 대한 상반된 반응으로 팽팽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본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로 알려졌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