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납치됐어요”…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SNS 괴담

2016년 10월 14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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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대전경찰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가오동 납치괴담’에 대한 사실관계를 알리는 글. [대전지방경찰청 제공=연합뉴스]


“사회불안·공권력 불신 반영된 것”…경찰 괴담 진화에 진땀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근거 없는 납치 괴담이 퍼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4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괴한에게 납치당할 뻔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선화동 XX아파트 쪽 사시는 분 조심하세요. 밤에 편의점 가다가 회색 승용차가 계속 따라오더니 (어떤 사람이 나와) 끌고 가려고 하길래 몸부림치다가 다쳤다’며 구체적인 위치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글에는 무릎과 팔에 상처가 난 사진 9장도 첨부됐다.

네티즌들은 ‘무섭다’, ‘조심하자’고 SNS에서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은 2014년에 거짓으로 판명된 일명 ‘선화동 납치괴담’이다. 2년 만에 같은 글과 사진이 다시 유포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게시글을 보고 수사에 착수, 최초 게시자를 찾아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나 허위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최근 같은 내용이 다시 올라오자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다시 사실 확인 작업을 했으나 게시물과 같은 상황은 없었다.

지난 7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일명 ‘가오동 납치괴담’으로, 대전 동구 가오동 한 마트에서 한 할머니를 도와주려는데 갑자기 다른 차량에서 남성 3명이 내려 납치를 하려 했다는 글이 SNS를 통해 퍼졌다.

알고보니 할머니는 괴한들과 한패였고, 도망치려 하자 남성들이 둔기로 차량 창문을 부쉈다며 깨진 차량 사진도 함께 게시됐다.

역시 2014년 한차례 인터넷을 휩쓴 괴담으로, 당시 허위 사실임이 판명된 게 다시 인터넷상에 등장했다.

범죄 관련 괴담이 끊이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사회 안전망이 불충분하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가 불안정하고, 공권력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 SNS를 통해 전달되는 것 같다”며 “시민 스스로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자각심을 갖고 있어 이런 의식이 괴담을 유포를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경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괴담이 퍼지는 속도에 비해 정확한 사실의 전파는 느린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의 치안 활동에 대한 효과를 보고 시민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이런 소문을 잘 진정시키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괴담이 퍼질 때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SNS에 알리고, 유포를 말아 달라며 부탁하고 있으나 조금씩 내용이 달라진 유사괴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타인의 관심을 끌려고 납치같은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하고, 전파하는 일부 네티즌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근거 없는 소문을 확인하려고 수사에 착수하다보면 경찰력이 낭비될 수가 있다”며 “경찰력이 정말 필요한 데 제때 쓰일 수 있도록 과도한 허위 사실 유포는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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