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도둑이 훔친 지갑속에서 드러난 ‘가난한 청춘’

2016년 10월 14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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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서관 상습절도범 검거(광주=연합뉴스) 14일 광주 북부경찰서는 모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물품을 상습적으로 훔쳐온 40대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당 대학교 도서관에서 물건을 훔치는 범인(빨간 원)의 모습이 찍힌 CCTV화면. 2016.10.14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pch80@yna.co.kr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돈은 가지세요. 소중한 책이라도 돌려주세요.”

광주 북구의 한 대학교 도서관, 취업 공부와 스펙쌓기에 지쳐 졸린 눈을 비비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라진 지갑과 가방을 되돌려 달라는 학생들의 ‘호소 메모’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소지품을 상습적으로 훔쳐온 40대 남성이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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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그가 훔친 물건은 학생과 취업준비생의 식권, 교통카드, 불과 몇천원의 용돈 등으로 ‘가난한 청춘’의 단편이 드러난다.

14일 광주 북부경찰서 따르면 최근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과 취업준비생 청년들의 금품을 상습적으로 훔쳐온 지모(43)씨를 붙잡았다.

대학도서관에서 소지품이 자꾸 사라진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자 경찰은 잠복수사에 나섰다.

용의자는 4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생쯤 돼 보이는 동안의 얼굴에 ‘국토 및 지역계획론’ 교재와 배낭을 메고 다니는 남성이었다.

경찰은 지난 11일 해당 대학 인문도서관에서 학생인 척 훔칠 물건을 살피던 지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

지씨 지난달 30일부터 최근까지 불과 보름여 사이 8차례에 걸쳐 학생과 취준생의 231만원 상당의 소지품을 훔쳤다.

지씨가 보관 중이던 절도 물품을 되찾은 경찰은 학생들의 소지품을 하나하나 들추며 한숨을 내쉬었다.

A(22) 여대생이 중앙도서관에서 도난당한 지갑에는 현금 3천원과 주민등록증만 들어있었다.

31세 취준생의 지갑에도 한끼 밥값도 안 되는 2천500원 현금과 동전이 다였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지갑에는 식권 18장이 소중히 접혀 있는 등 10만원쯤 하는 가방, 5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제외하고는 지씨가 훔친 청년들의 물건은 몇천원에서 몇만원의 현금, 교통카드, 식권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은 몇 푼 안 되는 금품을 도난당하고 ‘열심히 밑줄 그은 교재’라도 돌려달라며 애타는 쪽지를 도서관에 붙였고, ‘소중한 사람이 선물해준 지갑’이라도 찾아달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지씨를 구속한 경찰은 다른 절도범행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압수한 청년들의 가난한 소지품을 하나하나 되돌려줄 예정이다.

경찰은 “피해액이 2백만원을 넘었지만 학생들의 물건이라 현금은 얼마 안되고 대부분 지갑, 가방, 휴대전화 가치가 반영된 것이다”며 “청년들에게는 소중한 물건이니 피해자가 밝혀지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는 학교 측에 공지해 물건을 도난당한 피해자를 찾겠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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