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셀카’ 찍는 바람에 헤어지게 생겼습니다

2016년 10월 17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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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어머님의 내 며느리'(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네이트 판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례식장에서 셀카 찍어서 헤어지게 생겼습니다’라는 제목으로 28살 남성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주 토요일, 1년 가까이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은 사연을 털어놨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지난주 금요일 퇴근 후 여자친구와 만나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하기로 했었지만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급하게 받으면서 여자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게 됐다.

A씨는 “여자친구가 목요일부터 기분이 좀 많이 다운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2주 만에 만나는 약속까지 파토 서 기분이 많이 안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라며 “카톡으로는 괜찮다고. 시간 되면 주말에 만나면 되지 않냐. 친구 잘 위로해주고 와라라고 했지만 많이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도착한 장례식장. 그는 ‘늘 그래왔듯’ 어느 장소를 가든, 무엇을 먹든 인증샷을 남기곤 하는 여자친구와 자신만의 습관에 따라 장례식장 간판이 나오게 셀카를 여러 번 찍었다. 그야말로 장례식장 인증샷이었다.

하지만 밤이 늦어서일까. 제대로 나오질 않자 그는 지친 여자친구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스노우’ 어플을 사용해 얼굴을 못생기게 나오는 필터로 3초 정도 동영상을 찍어서 여자친구에게 전송했다.

보내자마자 바로 읽은 여자친구. 하지만 답장은 없었다. 그렇게 그 날 하루종일 연락이 없던 여자친구는 새벽 두 시쯤 언제까지 장례식장에 있을 거냐는 카톡과 함께 토요일 낮 두 시에 만나자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A씨는 약속을 깬 미안함에 꽃을 준비해갔지만 여자친구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이어 ‘헤어짐’을 고했다.

A씨는 “순간 머리가 멍해져 무슨 말이냐 물어보니 자기는 개념 없이 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정말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냐고 반문하더군요”라고 말했다.

 

실망한 듯한 표정의 여자친구는 A씨에게 “어떻게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장례식장에서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냐. 날 위해서 했다는 그 행동은 잘못됐고, 고인을 욕하는 행동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제가 장례식장 안에서 들어가서 한 것도 아니고 친구가 보는 데서 한 것도 아니며 장례식장 입구에서 그런 것뿐인데… 평소에도 여자친구는 쓸데 없는 곳에서 예의, 개념 이런 말을 많이 쓰긴 했지만 이 부분은 저도 순간 어이가 없더군요”라고 말했다.

결국 말다툼을 벌인 이들은 헤어짐을 보류한 채 서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밤 여자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고 자신이 보수적이라면 보수적이겠지만 이해되지 않는다. 더 이상 오빠에게서 좋은 모습을 못 볼 것 같다”라고 다시 한번 헤어짐을 통보했다.

A씨는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 가질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며 또한 진짜로 ‘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미안하다고, 생각이 짧았다며 사과하고 있지만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다.

끝으로 A씨는 “정말 제가 잘못한 것인가요? 장례식장 안에서도 아닌 입구에서, 그 친구가 본 것도 아니고 혼자서 찍은 것뿐인데 이게 그렇게 개념 없는 행동인가요?”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건 아니지 않냐? 니 부모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봐라”, “당사자 친구가 안 본 걸 다행으로 알아요. 친구고 뭐고 그 날 맞아 죽었을 듯”, “무개념이네. 부모가 그렇게 가르쳐줬습니까? 가정 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친구 장례식장 앞에서 사진 찍을 생각을 하냐”, “나라도 바로 헤어짐. 진짜 제정신이세요?”, “그 놈의 SNS”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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