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은 개야 개. 개는 주인 말을 잘 들어야지!”

2016년 10월 20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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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갑질 피해 CG [연합뉴스TV]

왜곡된 사회관계 인식 ‘갑질’ 도 넘었다

“고용관계가 갑을관계 아니다”…보복해고 등 2차피해 엄단 필요

(무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경비원은 개야 개. 개는 주인(입주민) 말을 잘 들어야지!”

지난 5월 14일 오후 8시께 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에서 술에 거나하게 취한 입주민 A(60)씨가 경비실 문을 걷어차며 목청을 높였다.

A씨는 근무 중이던 경비원 B(72)씨에게 반말을 하며 시비를 걸었다.

경비원은 “얼른 집에 들어가시라”며 애써 못들은 척 고개를 돌렸지만 A씨의 행패는 점점 더 심해졌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말에 반응하지 않을 때마다 주먹과 발로 경비실 문을 쿵쿵 걷어차며 욕설을 하더니 심지어 “경비원은 개”라고 모욕하기까지 했다.

1시간 50여분간 계속된 행패에 경찰이 출동했고 A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입주민과 경비원, 손님과 종업원, 고용주와 근로자, 건물주와 세입자 등 사회관계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갑질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건물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세입자나 돈을 안 주면 불리한 기사를 쓰겠다는 사이비기자의 협박에 시달리는 영세업체 등 갑질의 피해 대상은 대부분 힘없는 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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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범죄 CG [연합뉴스TV]

지난 9월 광주에서는 세입자를 폭행하고 식당 기물을 파손한 혐의(상해 등)로 건물주 C(52)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C씨는 불과 수개월 전 수익을 나누기로 구두계약을 맺고 66㎡의 상가를 임대했으나 인근 광주송정역 역세권 발전으로 매출이 크게 늘자 다른 세입자를 들여 권리금을 더 받으려고 수시로 세입자를 찾아가 괴롭혔다.

사이비 기자 D(56)씨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환경업체와 관련 단체의 청탁을 받고 영세업체들을 괴롭히다 결국 구속됐다.

D씨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수시로 전남의 신생 폐기물처리업체를 찾아가 추위를 피하려 드럼통에 목재를 불태우는 모습을 촬영해 “돈을 주지 않으면 폐기물을 불법 소각했다고 기사화하겠다”고 협박했다.

피해 업주는 불법 소각을 하지 않았음에도 조사 과정에서의 영업 손실 등을 우려해 300만원을 건넸지만 D씨와 다른 사이비기자들이 계속 거액을 요구하며 공공 기관에 10건 넘는 악성 민원을 제기하자 나중에는 폐업할까도 생각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일부터 50여 일간 ‘갑(甲)질’ 범죄 특별 단속에서 총 38명을 적발, 38명을 검거했다고 19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생계 지장과 보복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과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지난 6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48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 건강이슈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66.2%가 갑질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피해자 10명 중 6명(57.3%)꼴로 갑질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갑질 범죄는 신고자가 특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갑질 범죄 가해자들은 통상 초범이면 벌금이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사례가 많은데 보복 예방을 위해 2차 피해 발생 시 엄하게 가중처벌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모두가 동등한 사회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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