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중생의 ‘게보린’ 한 통 먹고 학교 안 간 후기

2016년 10월 24일   정 용재 에디터

9ebytq1

출처 : KBS ‘후아유'(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네이트 판


“죽을 만큼 아프고 싶었어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게보린 한 통 먹고 학교 안 간 후기’라는 제목으로 여중생 A양의 글이 올라왔다.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고백한 A양은 “학교에 너무 가기 싫어서 수요일 낮에 게보린을 샀어. 그리고 목요일 새벽에 먹었지”라고 말문을 뗐다.

A양의 글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는 A양과 비슷한 이유로 ‘게보린’을 복용한 사람들의 후기가 넘쳐난다고.

“게보린 먹을 바엔 죽는 게 낫다”

“게보린 먹고 저승을 갔다왔다”

002

하지만 이러한 후기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A양은 “나도 죽을 각오로 먹었어.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이라며 자신의 후기를 털어놨다.

“네 알을 한꺼번에 먹었어. 한 10분 지나니까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고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 그런데 이만큼밖에 안 아프니까 너무 무서운 거야. 이러다 학교 가면 어쩌지?”

“그래서 세 알을 다시 또 먹었어. 이번에는 우유랑. 후기 보니까 우유랑 먹으면 더 많이 아프다고 해서 먹었지”

“너무 아팠어. 이대로 진짜 죽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 게보린 후기 보면서 (학교)친구들이 카톡에 초대해서 나한테 보낸 욕들. 그런 거 보면서 방에 불 끄고 혼자 쪼그려 앉아서 질질 짰어”

결국 구토만 7번 했다는 A양. 결국 가게 된 병원에서 위장염이라고 말했고 이로 인해 학교를 안 가게 된 A양은 너무 기뻤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몸이 나으면 다시 학교를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눈물이 났다.

 

A양은 “월요일이 되니까 너무 무섭드라. 그래서 남은 게보린 다 털어넣고 피 토했어”라며 “학교 가면 따돌림 당해서 내가 일부러 피를 토하고 있다니… 한심해”라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충격에 빠졌다. 어린 여중생이 일부러 자신의 몸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학교를 가기 싫은 그 근본적 이유에 마음이 아팠던 것.

“위로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러다 진짜 큰일 난다.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생기면 그때는 버틸 자신 있어? 너 지금처럼 이렇게 글 못 쓰게 될 수도 있어. 병원에서 다 죽어가는 네 손 잡고 부모님이 울고 계실지도 모른다고. 너무 걱정되어서 그러니 제발 그만해”

결국 A양은 추가글을 통해 자신의 더 솔직한 상황을 밝혔다.

A양은 “댓글 하나 하나 다 읽었어. 일단 난 중3이라 전학은 불가능해. 전학은 무리야”라며 “그냥 친구들은 카톡방 초대해서 욕하고 학교에서는 다 들리게 욕하고 그런 정도야. 선생님도 지금은 나 외면했어. 처음에 너무 힘들어서 말씀 드렸는데 처음엔 들어주는가 싶더니 이제는 내가 그냥 전부 잘못했다는 식으로 말하셔”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슬퍼서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간 내가 한심하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진짜 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파트 옥상 밑을 보니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비참했어”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걱정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함을 표시한 A양. 그는 모든 사람들 주변에 따돌림 당하거나 혼자 있는 사람들에게 말도 걸어주고, 밥도 같이 먹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왕따 가해자들은 살인을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나이도 어린데 안쓰럽다. 제발 다시는 게보린 같은 거 먹지 말길” 등의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 이슈팀 <제보 및 보도자료 editor@postshare.co.kr / 저작권자(c) 포스트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