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국기 또 바뀌나…집권세력 따라 문양 바뀌어

2015년 5월 15일   정 용재 에디터

대통령 “국기 바꿔야” 공개표명 논란…소관위원회 “교체일정 없어”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국기 교체에 대한 해묵은 논란이 재연됐다.

푸아드 마숨 이라크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국민 통합’을 강조하면서 국기를 바꿔야 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다.

이에 대해 소관 기관인 이라크 문화·미디어위원회는 “구체적인 교체 일정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한 국가의 정권은 바뀌어도 국기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이라크 국기는 정치적 격동을 타고 집권 세력의 의지에 따라 변화무쌍했다.

이라크 국기는 이 나라가 겪은 굴곡 많은 현대사를 그대로 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라크에 공화정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1958년 이후 국기는 모두 5번 교체됐다.

1958년 7월 혁명 뒤 범아랍 민족주의를 상징하는 검은색, 흰색, 초록색 띠가 세로로 3등분 하고, 중앙에 쿠르드족을 상징하는 노란색 태양이 박힌 국기가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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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1963년

이 국기는 1963년까지 이어지다 그해 이른바 ‘라마단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국기가 전혀 다른 모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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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1991년

당시 범아랍주의를 내세운 이집트 가말 압델 나세르가 시리아와 함께 1958년 세운 통합아랍공화국(UAR)의 국기를 그대로 따르면서, 초록색 별을 하나 더 추가해 3개로 늘렸다.

이는 UAR를 지지하고 이에 참가하려는 이라크 혁명세력의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바뀐 새 국기는 현재 국기의 원형이 됐다.

이 국기는 1991년까지 사용되다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의 지시로 약간 변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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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2004년

후세인은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했다가 패색이 짙어져 국민적 지지가 떨어지자 1991년 1월 국기에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시다)라는 선언(타크비르)을 국기에 적어 넣었다.

세속적 이슬람 정권인 후세인은 걸프전 패배로 불안해진 철권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했다.

그는 금요예배(주마)에 등장하는 모습을 TV에 부쩍 자주 노출하면서 자신이 통치자가 아닌, 신앙심이 독실한 종교인이라는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하려고 했다.

무슬림은 초기 이슬람 시대의 신정일치 체제를 정치의 이상향으로 본다는 점을 노려 전쟁 패배로 훼손된 정권의 정당성을 회복하고 반정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무슬림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타크비르를 국기에까지 새겨넣었다.

심지어 이라크 국기에 추가된 이 문구는 후세인의 자필이다.

‘자필 국기’는 2003년 미군의 침공으로 후세인이 퇴출되면서 이듬해인 2004년 또다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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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8년

새 국기는 이전 형태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후세인의 자필로 적힌 타크비르만 아랍어의 전통 필체인 쿠파체로 교체했다.

2008년까지 4년간 쓰이던 이 국기는 초록색 별 3개가 모두 빠지고 타크비르만 남게 된다. 애초 1년만 국기로 쓰기로 했었지만 2009년 의회의 결정으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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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현재

시아파를 중심으로 이들 별이 이라크, 이집트, 시리아 3개국의 연합을 꿈꿨던 후세인의 아랍민족주의의 야심을 상징한다는 비판이 일자 시아파가 주도하는 정부가 이를 빼버린 것이다.

이는 후세인의 수니파 정권 붕괴 뒤 들어선 시아파 정부의 ‘후세인 지우기’ 정책에 가뜩이나 불만이 높아진 수니파를 자극했다.

마숨 이라크 대통령이 수니파 쿠르드족 출신임을 고려하면, 이번 국기 교체 제안은 ‘이슬람국가'(IS) 사태로 첨예해진 종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라크에 팽배한 수니파의 소외감을 달래고 시아파 주도의 정책 운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라샤 알아키디 알메스바르연구센터 이라크 전문 연구원은 “2004년 이라크 국기에서 별을 삭제했을 때 수니파는 자신의 땅을 잃은 것처럼 상처받았을 것”이라며 “이라크 정부는 국기에 신경쓰지 말고, IS나 국가 안정에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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