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MBC 명량 히어로(이하)
#김성주, #유언장, #감성
2008년 종영한 MBC 명량히어로에 출연했던 김성주가 당시에 썼던 유언장이 회자되며 누리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 편의 소설처럼, 한 편의 시처럼, 많은 누리꾼을 눈물짓게 만들었던 김성주의 유언장을 모두 함께 보자.
마지막 잎새마저 바람에 날려 떨어질까 초조해하던 여인의 마음을 이 밤, 저는 알겠습니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계절에 영원한 작별이라니요.
내가 사랑했던,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안녕을 고한다니요.
어머니! 내 생명의 근원이셨던 당신의 손길이 지금 이 순간 가장 그립습니다.
새벽녘 마당을 쓸던 당신의 비질 소리에 먼동이 터오는 걸 알았고,
당신의 무릎에 안고 들려주시던 이야기는 제 삶의 나침반이 되었지요.
저 먼 나라로 가면 어머니가 지어주시던 밥 그리고 열무김치가 가장 그리울 것 같습니다.
이 밤이 가기 전 어머니께서 담가주신 수정과 한 잔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버지께는 더없이 죄송한 마음입니다.
어릴 적부터 이 철없는 외아들을 어머니 품에만 매달려서 아버지를 외롭게 했었지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냥 아버지가 어렵고, 두려웠습니다.
사랑하는 수정이,
나의 아내에게도 미안한 기억들만 가득합니다.
가장인 내 앞가림이 급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고민,
당신의 눈물을 돌아보지 못했던 게 가슴을 칩니다.
사랑하고, 미안합니다.
혹시라도 이 야속한 남편이 그리우면
우리가 평생을 기약했던 담쟁이 넝쿨이 아름다웠던
그 예배당에서 만납시다.
바람이 되어 담쟁이 잎들을 간질이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리고 이제 막 말문이 터진 내 아들 민국아!
또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둘째야!
너희들을 두고 떠나는 아빠를 기억해다오!
너희들에게만은 세상 전부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든든하게 막아주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하구나.
하지만 아빠는 너희들 곁을 영원히 떠나는 게 아니란다.
민국이 바지 호주머니 속에 숨어서
엄마 말씀 잘 듣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떼쓰지 않는지
다 지켜보고 있을 거란다.
마지막으로 미숙한 저를 사랑해주었던
많은 분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분들께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 기대에 부응해 더 열심히, 더 멋지게
살아보고 싶었는데 저에겐 운명을 거스를 힘이 없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더는 볼 수 없어
목놓아 울던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저 역시 이 아름다웠던 삶을 아쉬워하며 떠납니다.
돌아 뵌, 삶이란 시련이 있고 고통이 있어서
더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 김성주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저를 사랑해주었던 친구들
건강히 지내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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