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절도범의 비결…"CCTV? 돌려놓으면 되지"

2015년 5월 20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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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서 29차례 절도 행각 2인조 구속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범행 장소 인근의 폐쇄회로(CC)TV 방향을 범행전 미리 틀어놔 도주로를 확보해 놓는 수법으로 수십차례 절도 행각을 벌여온 2인조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상습절도 등 혐의로 정모(41)씨와 이모(36)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0일 오후 8시께 강동구의 빌라 3층에 침입해 10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을 훔치는 등 작년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강동구와 은평구, 동작구 일대의 주택가에서 29차례에 걸쳐 5천8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가스배관을 타고 빌라 등 건물에 침입해 도둑질하면 이씨는 주변에서 망을 봤다.

피해를 본 가정은 대부분 3∼4층에 있었는데 정씨가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서는 데는 10여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현장 주변에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아 경찰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들은 점찍어 놓은 주택에서 1㎞ 떨어진 곳에 차를 대 놓은 뒤 CCTV가 없는 길을 따라 이동했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CCTV는 범행 며칠 전 미리 방향을 틀어놓는 수법으로 침입로와 도주로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범행을 마친 뒤에는 빌라 현관에 설치된 CCTV에 찍힐 것을 우려해 정문 대신 가스배관을 타고 도주했다.

그들은 고급 외제차는 검문검색에 걸릴 가능성이 작다는 생각에 캐딜락 승용차를 빌려 도주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이 경찰에 붙잡힌 것은 다름 아닌 범행을 철저히 준비하는 과정이 꼬리를 밟힌 탓이었다.

경찰이 범행이 발생하기 며칠 전 낮 시간대에 피해자의 집 주변 CCTV를 이씨가 ‘탁’ 하고 치고 달아나는 모습이 인근에 설치된 다른 CCTV에 찍혔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이 동선을 추적한 결과 이씨와 정씨가 CCTV의 방향을 틀어가며 도주로를 만드는 장면이 고스란히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모두 서민들이었다”라면서 “피해 예방을 위해 베란다 창문은 철저히 잠그고 가스배관에는 방범 덮개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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