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결혼율 사상 최저…"확실한 사람 만날때까지…"

2015년 5월 20일   정 용재 에디터

1천명당 결혼 건수 1946년 16.4건→최근 6.74건
사회심리학자 “긍정적 현상…결혼 가치 저평가 아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인의 결혼율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으나 이를 결혼 회피나 결혼 가치에 대한 저평가 현상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카고 트리뷴은 19일(현지시간) 결혼 및 출산 동향을 추적하는 미래 연구단체 ‘데모그래픽 인텔리전스'(Demographic Intelligence)의 최신 보고서를 인용, 미국인의 결혼율이 최근 100여 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1천 명 당 결혼(재혼 포함) 건수는 6.74건에 불과하며, 향후 10년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모그래픽 인텔리전스’ 샘 스터지온 회장은 “미국 경제가 불황을 벗어나고 있으나 결혼율은 여전히 감소세”라며 “저학력자 고용 기회 부진, 종교 인구 감소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노스웨스턴대학 사회심리학과 일라이 핀클 교수는 결혼율 감소를 결혼이 줄었다는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만 읽을 수 있으나, 충분히 준비되고 확실한 사람을 만날 때까지 결혼 시기를 늦추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데모그래픽 인텔리전스’의 조사 결과 대졸 여성의 결혼율은 2008년 30%에서 2015년 36%로 상승했다.

메릴랜드대학 사회학과 필립 코헨 교수는 30세 이후에 첫 결혼을 한 비율이 1960년에 여성의 8%, 남성의 13%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여성의 3분의 1, 남성의 40%에 이른다고 밝혔다.

결혼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해온 핀클 교수는 “현대의 결혼 제도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큰 만족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47년 전후부터 10~15년간 모든 이들에게 결혼이 궁극적 목적이던 때가 있었다. 전체 여성의 절반 이상이 20세 전에 결혼했고 남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대공황기(1929~1939)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들이 집으로 돌아와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며 결혼하던 시기였다.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눈 깜박할 새 지나간 시류였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를 ‘전통적 결혼’으로 부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1950년대 기준으로 보면 요즘 현상이 이상하지만, 1900년대 기준으로 1950년대 결혼이 이상해 보이기 마찬가지였다”며 “1950년대에 결혼은 어른이 되기 위한 의례로 간주됐다. 당시에는 대부분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 것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더 오래 교육을 받고 삶의 기반을 다진 후에 결혼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결혼 통계가 처음 나온 1867년 인구 1천 명 당 결혼 건수는 9.6건, 조혼이 유행하던 1946년에는 16.4건까지 치솟았고 1960년 8.5건, 1980년대 중반 10.8건을 거쳐 1990년대부터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핀클 교수는 “이혼율 추이를 감안하면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인의 이혼율은 1960년부터 1980년 사이 2배나 급증했으나, 1980년대 이후 외려 줄어들었다. 따라서 결혼율 감소는 우려할 현상이 아닌 긍정적인 뉴스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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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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