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사람 소름돋게 만들었다는 ‘관심병사의 군생활’

2016년 11월 29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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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영화 용서받지 못한자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곳, ‘군대’. 어찌 됐든 간에 군대에 입대하는 동시에 좋은 사람이든, 싫은 사람이든 날마다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만약, 즐겁게 군 생활을 하는 당신에게 어느 날 ‘관심병사’가 오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관심병사로 군 생활을 하던 남성의 일과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어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 모두 함께 그가 썼던 군대 일과를 함께 보자.


이병 편

* 06:00 기상 소리와 동시에 몸을 웅크린다. 밍기적 거리다가 주섬주섬 모포를 갠다. 옆에 있던 분대장이 뭐라 한마디 하려던 것 같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저번에 소원 수리를 했더니 터치가 없어서 좋다.

* 06:20 구보 중에 부대가를 부르란다. 부대가가 뭔지도 모른다. 선임이 종이에 부대가를 써서 주었지만 어디에다 뒀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 06:40 뒤에 선임들이 기다리든 말든 느긋하게 씻고,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까지 한다.

* 07:20 내무실에 왔더니 선임들이 밥 먹으러 가려고 날 기다린다. 취사장에서 느긋하게 먹는다. 어차피 출근 시간은 08:30이다. 밥을 먹고 나왔더니 선임들이 모두 줄 서 있다. 대충 뒤에 껴서 걸어간다.

* 08:30 느긋하게 출근한다. 출근했더니 근무지 선임들은 근무지 청소와 일지 정리를 다 끝내놓고 기다리고 있다. 난 선임 옆자리에 앉아서 어제 읽다 만 소설책을 피고, 맥심커피 한 잔을 즐긴다.

* 10:00 옆 근무지 간부가 놀러 왔다. 선임이 일어나서 간부에게 커피를 타준다.

* 11:40 점심시간이 되기 20분 전이다. 행보관님이 자리에 없어서 그냥 일어나 밥 먹으러 간다.

* 12:30 근무지 선임이 나보고 어디 갔었냐고 물어본다. 행정반 전화대기가 오늘 내 담당이었나 보다. 나한테 꾸중을 하시는데 다음 소원 수리에 찔러야겠다.

* 15:20 대대에서 점호인원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한다. 선임이 아직 안 했다고 하니까 대대인행관이 나를 혼낸다. 선임이 뭔가 가르쳐주긴 한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적당히 해서 보냈다.

* 17:30 일과시간이 끝났다. 밥 먹기가 싫어서 그냥 PX 가서 냉동음식을 먹고는 내무실로 들어갔다.

* 18:30 PX 갔다가 내무실에 가보니 나보고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묻자 PX 다녀왔다고 말했다. 순간 내무실 분위기가 싸해졌지만 그냥 선임들은 한숨 쉬면서 밥 먹으러 간다. 난 아무도 없는 내무실에 드러누워 TV를 본다.

* 19:30 오늘도 싸지방을 이용하면서 페이스북에 내가 얼마나 힘들게 군 생활을 했는지 쓴다. 악마 같은 선임들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애들이 ‘좋아요’를 연신 눌러주니 흐뭇하다.

* 20:30 싸지방끝나고 돌아가 보니 선임들이 청소하고 있다. 난 왜 이렇게 배가 아픈지 분대장한테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니 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 갔다 오라고 한다.

* 21:30 행정반 선임이 당직사관에게 불려갔다. 나도 같이 불려갔는데, 점호인원보고서가 틀렸다고 한다. 내 선임은 하는 일이 뭘 그리 바쁜 척을 하는지 참 무능하다.

* 22:00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는 날이다. 잽싸게 리모컨을 잡았는데 오늘 TV 시청이 없단다. 당직실에 가서 당직사관한테 TV 시청시간 달라고 건의하니 당직사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분대장 데려오란다. 분대장한테 당직사관이 부른다고 전해주고 난 내 자리에 누워 잔다.

일병 편

* 06:15 연병장에 나가보니 이번에 새로 온 신병과 함께 선임들이 미리 줄을 서 있다. 난 가장 뒤로 가서 줄을 선다.

* 06:30 구보할 때 구보 가를 난 아직 모른다. 대충 소리 내는 척 뻐끔거리면서 뛴다. 뒤를 보니 일주일 전 온 신병이 부대가를 부른다.

* 07:00 어느새 선임들이 전부 씻으러 가 있고, 난 내 세면도구를 챙겨 샤워를 하러 간다. 신병 녀석은 피부 관리도 안 하나? 비누만 가지고 들어간 지 2분 만에 샤워를 마치고 경례까지 하고 나온다. 이상한 녀석이네.

* 07:20 밥을 먹고 있는데 분대장이 일어나서 취사장 왕고와 이야기하더니 계란후라이 하나를 가져와서 신병 식판에 얹어준다. 신병은 ‘괜찮습니다!’를 연발한다. 바보 아닌가? 주면 먹어야지. 그러다 결국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치며 ‘맛있습니다!’를 연발한다. 그런데 난 왜 계란후라이를 신병 때 못 받았지?

* 08:30 근무지에 가니 행보관님이 먼저 와서 똥 씹은 표정으로 일일계획서를 프린트하고 있다. 맞선임이 행보관과 대판 싸우고 병장 정기휴가를 전역 3개월 전에 썼다. 행보관님이 빗자루로 행정실을 청소하신다. 행보관님이 하고 계시니 난 안 해도 되겠지.

* 10:00 옆근무지 간부가 놀러 왔다. 행보관님이 일어나 간부에게 커피를 타주려고 하시는 데 간부가 깜짝 놀라며 자기가 직접 탄다.

* 11:40 배가 고프다. 행보관님에게 밥 먹으러 갔다 온다고 하더니 아직 점심시간이 안 됐다고 안 된다고 하신다. 좀생이 같은 행보관님.

* 12:00 식당에 뛰어가서 제일 먼저 밥을 받았다. 식판를 들고 취사장 선임에게 묵례로 충성을 했더니 선임 얼굴이 찌푸려지며 나에게 밥을 퍼준다. 내가 밥을 먹던 중 갑자기 자율배식으로 바뀐다.

* 13:30 밥 먹고 내무실에서 자다 보니 늦잠을 잤다. 행정실에 가보니 행보관님이 안 계신다. 앗싸, 안 걸렸다. 역시 난 행운아.

* 14:00 중대장님이 행정반에 찾아오셨다. 난 숨겨두었던 아라비카 커피를 중대장님에게 타드렸다. 그랬더니 중대장님이 선임이 휴가나 갔는데 힘들지 않냐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역시 중대장님은 참군인이시다.

* 15:00 대대에서 점호 인원 보고서 다 되었냐고 물어본다. 행정반 선임이 휴가 가기 전에 정 안 되면 자기 동기 부르라고 했었다. 선임 동기 근무지에 전화에서 그 선임을 부른다.

* 17:00 행보관님이 행정실에 안 계신다. 외투도 없고 구두도 바뀐 걸로 보아 퇴근하신 듯 한다. 중대장님도 중대장실에 안 계신다. 나도 퇴근해서 내무실에서 빈둥거린다.

* 17:30 오늘 메뉴를 보니까 영 아니다. PX 가서 해결하기로 한다. PX에서 물건을 사고 보니까 내무실 선임 3명과 신병이 PX에서 회식하고 있다. 날 못 본 건지 오라고 하지를 않는다. 그냥 다른 자리 앉아서 혼자 볶음 우동에 냉동, 바나나 우유를 먹는다. 신병 녀석은 연신 ‘감사히 먹겠습니다!’를 외칠 뿐이다.

* 18:30 신병 녀석이 청소시간도 아닌 데 식사를 하러 간 선임들이 오기 전에 내 무대를 걸레로 닦고 있다. 난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지만 신병 녀석은 ‘아닙니다,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내 무대를 반짝이게 닦는다. 난 반짝이는 내무대에 벌렁 드러누워 TV를 본다.

* 20:30 청소하기가 귀찮아서 행정반 청소를 해야 한다고 말한 뒤 행정반에서 TV를 켜놓고 문을 잠근다. 적당히 20분 쉬다가 내무실로 돌아가니 청소가 다 끝나있었고, 말년 병장이 신병과 함께 건빵을 먹고 있다.

* 21:30 점호시간에 당직사관이 오늘 행정반 전화 안 받냐고 묻는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5시 20분에 전화를 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변명할까 하다가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다고 하니 대충 수긍하는 눈치다.

* 22:00 선임들이 막내에게 보고 싶은 거 보라며 리모컨을 건네준다. 막내는 ‘괜찮습니다!’라고 외치며 선임들에게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한 뒤 잔다. 난 막내 자리에 있는 리모컨을 잽싸게 가져와 드라마를 틀고는 전우애가 무엇인지 만끽한다.

* 24:30 갑자기 누군가 날 깨워서 일어나보니 선임이 날 깨운다. 아차, 오늘 초소 근무 서는 날이었지.

대충 군복을 입고 근무를 나간다.

상병 편

* 06:00 대충 일어나서 점호를 나간다. 나가보니 내 맞후임이 새로 들어온 막내한테 점호 시 해야 할 것을 알려준다. 나한테 배운 것도 없을 텐데 대견해 보인다.

* 06:20 저번에 당직사관한테 혼나서 부대가를 외우긴 외웠다. 그냥 대충 부르면서 뛴다.

* 07:20 말년이랑 분대장이 휴가를 나가서 부분대장인 내가 인솔해야 된다. 그냥 말없이 앞장을 서서 걸어가니까 맞후임녀석이 애들을 잘 인솔해 온다. 난 후임을 잘 둔 듯하다.

* 08:30 행정실에 가보니 오늘 전역하는 근무지 선임이 행보관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윽고 행보관님에게 크게 경례한 근무지 선임이 잠시 나를 밖으로 부르더니 ‘널 미워하진 않는다. 하지만 너를 위해서라도 고쳐라’라고 하더니 간다. 주위에 그 내무실 후임들이 달라붙는다. 나보고 뭘 고치라는 거지? 자기가 잘못해서 군기교육대 다녀온 거 아니던가?

* 10:00 다른 근무지 간부가 놀러 왔다. 저 간부는 심심하면 놀러 오는 듯하다. 내가 커피를 타주려고 하니까 내가 타주는 커피는 맛이 없다며 그냥 앉아서 책이나 보란다. 앉아서 책이나 본다. 군대 와서 읽은 책만 해도 100권 정도 되는 듯하다.

* 12:00 근무지 선임이 전역해서 그런지 행정반 대기를 할 사람이 내가 되었다. 지금까지 근무지 선임이 했으니 내가 해야 되는 듯하다. 행보관님한테 근무지 대기해야 된다고 말해서 11시 30분에 밥 먹고 12시에 들어와서 1시간 낮잠을 잔다. 방금 전화가 온 것 같았는데? 꿈인가?

* 13:30 중대장님이 오시더니 왜 전화 안 받았냐고 하신다. 전화 안 왔었다고 하니까 전화기에 있는 통화목록을 보여주신다. 아차, 아까 전화가 왔었구나. 중대장님이 나한테 급한 전화인데 안 받아서 문제 생길 뻔 했다고 화를 내신다. 내가 중대장님을 잘못 본 것 같다. 중대장님은 참군인이 아니다.

* 15:00 중대장실로 불려간 행보관님이 오더니 나한테 화를 내신다. 나는 대충 예, 예하면서 답한다. 그러더니 행보관님은 다 혼내셨는지 의자에 털썩 앉고는 담배만 피우신다.

* 17:30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오늘 메뉴가 별로다. 그냥 맞후임한테 식당 다녀오라고 하고 난 PX에 가서 냉동음식을 먹는다.

* 19:00 내무실에 와보니 복귀한 말년병장이 피자와 치킨을 잔뜩 사와서 회식중이었다.

난 배가 불러서 손도 못 대고 그냥 자리에 누웠다.

* 20:00 사지방에서 글을 올리는 것도 요새는 재미가 없다. 친구들도 다 군대에 가서 그런가? 페이스북에 답장을 해주는 녀석도 없다. 몇몇 남은 녀석들도 있지만 시험 때문에 페이스북 볼 여력이 없단다.

* 20:30 행정반 청소는 해야 하는데 귀찮다. 그냥 이번에 들어온 신병 중 하나 데리고 간다니까 맞후임녀석이 알았다고 한다. 신병 녀석한테 행정반 청소시키고 난 이번 휴가 때 가져온 CDP로 음악을 듣는다. 신병 녀석이 날 계속 흘끔흘끔 보는 것 같다.

* 21:30 말년병장이 복귀해서 내가 점호 인원보고를 안 해도 된다. 앞자리에 앉은 다른 선임들이 똥 씹은 표정으로 말년병장을 바라본다. 말년병장은 ‘괜찮다’라는 말을 한다. 뭐가 괜찮다는 거지?

* 22:00 말년병장이 복귀한 날이고 내일이 전역이라서 당직사관이 TV를 틀어준다. 아싸, 오늘도 드라마 볼 수 있다. 난 리모컨을 잡아서 TV를 틀었다. 그런데 말년병장이랑 선임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자기들끼리 모여앉아 회식한다. 다른 후임들은 다 부르는 데 나는 부르지 않는다.

병장 편

* 03:00 누군가가 나를 깨우고는 내무실 불이 켜진다. 누군지 보니까 당직사관이다. 왜 불침번근무 안 서냐고 물었다. 아차, 오늘 내가 불침번 근무인데 까먹고 있었다. 부랴부랴 옷 입고 불침번 근무를 선다. 오늘 전역하는 말년병장이 ‘야, 그냥 자자’하니까 선임들이 뭔가 말하려다 그냥 잔다.

* 06:00 분대장이 된 맞후임한테 오늘 나 점호 빼라고 했다. 맞후임은 낮게 한숨을 쉬더니 알았다고 하고는 애들을 데리고 나간다. 병장을 갓 달았지만, 어느새 내무실 왕고가 되었다. 왕고가 되니 역시 편하다. 점호는 제끼면 된다.

* 06:20 갑자기 당직사관이 들어온다. 날 보고 무엇 때문에 점호를 빠지냐고 묻길래 아파서 그렇다고 하니 체온계를 나한테 대보더니 열도 없는 데 뭐가 아프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대충 아픈 연기를 하니까 당직사관은 ‘하!’ 소리를 하더니 그냥 나가버린다. 아픈 사람을 왜 건드리는지 모르겠다.

* 06:40 대충 씻으러 갔다가 돌아오니 이제 막 점호를 끝낸 애들이 씻으러 간다. 내무실에 왔는데 애들이 경례를 안 한다.

* 07:20 오늘 메뉴가 별로라서 내무실에서 뽀글이로 식사를 한다. 분대장 후임이 애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간다.

저 녀석도 두 달 뒤면 병장이구나

* 08:30 행정반에 가니 행보관님이 나한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청소를 하는 거냐고. 생각해보니 요새 이주일동안 행정반 청소를 한 적이 없다. 대충 죄송하다고 하고 걸레를 집어서 슬근슬근 청소를 시작한다. 아, 그런데 병장 터치를 하네.

* 10:00 오늘 옆 근무지 간부가 왔다. 전출을 가게 되어서 인사를 왔다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우리 행보관이 그 간부 고등학교 선배였던 것 같다. 커피를 타서 가지고 가다가 간부 정복에 커피를 엎질렀다. 앗, 뜨거워!!

* 10:30 행보관이 나한테 꾸지람을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든단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나 아니면 이 행정반이 돌아갈 리가 없으니 말이다.

* 12:00 밥 먹으러 간다. 상꺽되고 나서 전화대기 그냥 없애 버렸다. 간부들도 그러려니 하더라. PX에 갔더니 이번에 관심병사가 된 녀석이 PX를 보고 있다. 생긴 것부
터가 참 바보같은 녀석이다.

* 14:00 대대 인사계에서 오늘 신병이 왔단다. 데리러 가야겠다.

* 14:30 우와 친구가 우리 중대로 들어왔다. 이 녀석 훈련소에서 뭘 했길래 나한테까지 존댓말을 한다. 내가 너 군 생활 쫙 폈다고, 내가 내무실 왕고라고 하니까 이 녀석이 나를 하느님 보듯이 한다. 괜히 가슴이 펴진다.

* 15:30 행보관님한테 신병이 왔다고 보고하고, 친구를 내무실에서 쉬게 했다. 누워있어도 된다고 했는데 친구 녀석이 극구 괜찮다고 한다. 쉬래도 못 쉬는 게 참 불쌍해 보인다.

* 17:00 퇴근하자마자 친구 데리고 PX에 갔다. 친구 녀석은 아직 긴장이 안 풀리는지 나한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억지로 말을 놓게 할 수도 없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먹을거나 많이 사줬다.

* 18:00 내무실에 가니 분대장 후임이 나보고 누구냐고 묻는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병이라고 말했다. 분대장 후임이 ‘웬일로 신병에게 관심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보길래 ‘친구’라고 대답하자 분대장 후임의 표정이 묘하게 바뀐다.

* 20:30 친구 녀석을 데리고 행정반에 가려고 하니 분대장 후임이 나를 부른다. 왜냐고 물으니 신병 데리고 가지 말란다. 기가 차서 내가 신병도 마음대로 못하냐고 하니까 ‘선임다운 일 못 하면 대접해줄 때 잘하란다.’ 어이가 없어서 분대장 후임의 멱살을 잡으니 분대장 후임도 내 멱살을 잡는다.

신병까지 바보 만드는 꼴은 못 보겠단다. 내 주먹이 분대장 후임의 얼굴로 날아갔다.

* 21:00 당직실에서 진술서를 쓴다. 중대장하고 행보관도 왔다.

* 22:00 내무실에서 후임 녀석들이 쓴 진술서까지 모으더니 행보관이 내 앞에 내민다. 행보관이 모든 내용이 나를 신고하는 내용이라며 나에게 꾸중을 한다.

* 23:00 영내근무자를 소집해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나한테 영창 14박 15일이라는 벌목이 나왔다. 왜 나만 영창을 가야 하는 거지? 먼저 하극상을 벌인 건 후임인데?

* 24:00 내가 항의하자 중대장과 행보관은 중대원들이 쓴 탄원서를 보여준다. 맞후임은 영창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1인당 A4용지 하나 급으로 쓰여 있었다.

* 02:00 내무실로 들어가서 내무실 불을 켰다. 어이가 없어서 한 소리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분대장 후임이 ‘영창 두 번 가고 싶지 않으면 불 끄십쇼’라고 말을 한다.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불을 껐다. 잠이 안 온다.

전역 편

* 17:00 복귀하기 전 치킨집과 피자집에 들러 치킨과 피자를 잔뜩 샀다. 그래도 전역하기 전날인데 애들 먹을거나 먹여야겠다.

* 19:00 먹을 것을 들고 게이트를 통과하려고 하니 헌병 애들이 안 된단다. 전역 날이라서 가져온 거라고 봐달라고 하니 그래도 안 된단다. 선임들은 도대체 어떻게 통과한 거지? 실랑이하던 중 나를 챙겨주던 간부 한 분이 게이트 하사에게 부탁하여 통과할 수 있었다. 간부에게 크게 경례하고는 들어섰다.

* 20:00 내무실에 들어서서 애들한테 치킨이랑 피자를 먹으라고 하니 애들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까 밥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단다. 그래도 성의가 있는데 먹으라고 하니까 못 먹겠단다. 따뜻했던 피자와 치킨이 내무실 한구석에서 식어간다.

* 21:00 분대장 후임이 내무실에 음식물 있는 거 걸리면 안 되니까 치킨이랑 피자 버려야 한다고 한다. 너무 아까워서 내가 먹겠다고 하니 지금 빨리 먹으란다. 식은 치킨과 피자를 꾸역꾸역 먹으려니 괜스레 서럽다. 내 모습을 바라보던 분대장 후임이 후임들한테 빨리 먹어치우라고 말하니 애들이 마지못해서 치킨과 피자를 먹어치운다. 점호시간 전에 그래도 치킨과 피자는 다 먹었다.

* 21:30 점호시간에 당직사관이 인원보고를 받더니 날 흘끔 보더니 그냥 나간다.

원래 말년 자들한테는 말 한마디쯤은 해주던 사람이었는데 나를 못 본 걸까?

* 22:00 나는 전역자들이 항상 당하는 행사인 모포말이를 대비해서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무반이 조용하다. 코를 고는 후임들까지 있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는데도 후임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모포를 들춘다. 분대장 후임이다. 나보고 나오란다.

* 22:40 분대장 후임이 당직사관에게 허락을 받고 잠시 생활관 밖으로 나왔다. 내가 오폐수처리병으로 바뀌고 나서 행정병이 되었던 내 친구도 같이 나왔다. 어느새 일병이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분대장 후임이 나보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란다. 지금 여기서 섭섭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사회 나가서 군대에서 했던 실수 두 번 다시 하지 말란다. 괜히 눈물이 난다. 난 분대장 후임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겹쳐졌다. 뒤에서 친구 녀석이 내 등을 토닥여 준다.

* 08:30 중대장한테 전역신고를 하고 행보관한테 가겠다고 하니 알겠다는 말뿐이다. 게이트를 향했지만, 게이트에 날 기다리는 후임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침에도 후임들은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렇게 전역증을 보여주고 게이트를 지나갈 때 뒤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얌마’, 뒤를 돌아보니 분대장 후임이다. ‘전역 축하한다.’ 그 한마디를 들으니 내 속에서 눈물이 뿜어져 나오려고 한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게이트를 지났다. 그렇게 내 군 생활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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