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연소 사형수,27년 수감뒤 가석방됐으나 총기자살

2015년 5월 27일   정 용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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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쿠퍼의 1985년 모습과 2013년 가석방 당시 모습 <<시카고 NBC방송 화면 캡처>>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15세에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 집행 직전까지 갔던 미국의 장기 복역수가 극적으로 가석방된 지 2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NBC방송 등에 따르면 30년 전 미국 최연소 여성 사형수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폴라 쿠퍼(47)가 이날 오전 인디애나 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총기 자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쿠퍼는 15세였던 지난 1985년 5월, 성경공부 인도자 루스 펠케(당시 78세)를 강도·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또래 3명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고 싶다”며 펠케를 찾아가 1명이 망을 보는 사이 집 안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당시 쿠퍼는 펠케를 제압하고 돈을 요구하며 흉기로 33차례 자상을 입혔다. 이들은 펠케의 자동차와 현금 10달러(약 1만1천 원)를 빼앗아 도주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법원은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유죄 평결을 받은 쿠퍼에게 전기의자를 이용한 사형 집행을 판결했고, 나머지 3명에게는 징역 25년·30년·60년 형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사형 선고를 받은 쿠퍼의 사례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전세계 인권 운동가들의 구명운동으로 이어졌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까지 나서 선처를 호소했고, 200만 명 이상이 재심 청원에 서명했으며, 피해자 펠케의 손자까지 구명운동에 가세해 주목을 받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연방 대법원은 “16세 미만 청소년 범죄자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처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8조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2012년에는 청소년 범죄자에 대해 가석방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도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이 덕분에 쿠퍼는 60년 형으로 감형됐다가 27년 만인 지난 2013년 6월 가석방됐다.

당시 쿠퍼는 10대 문제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인디애나 주 지역신문 인디스타는 피해자 펠케의 손자 빌 펠케가 쿠퍼의 수감 기간 14차례 교도소를 찾았고 매주 한차례 편지를 주고받았다면서 쿠퍼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빌 펠케는 쿠퍼가 출소를 앞두고 쓴 편지글에서 “교도소 밖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두렵다”면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출소 후 단 2번 밖에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다고 애석해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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