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유호진PD가 연애에 관하여 쓴 글

2017년 1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KBS ‘1박2일’영화 ‘김종욱 칮기'(해당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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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 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1박2일 시즌3를 이끌었던 유호진PD가 쓴 연애글이 화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박2일 유호진PD가 연애에 관하여 쓴 글’이라는 제목으로 과거 유 PD의 글이 다시금 올라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읽어도, 읽어도 감동이 가시지 않는, 그의 글 지금부터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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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 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 걸 나는 알게 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대학 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일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 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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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 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 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결혼생활이 시작되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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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10월 5일 유호진 페이스북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한 적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그의 글에 누리꾼들은 공감했다.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인 듯”

“이 글 읽고 잘생겨보이더라”

“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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