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모’ 시아버지한테 아이들 보는 앞에서 맞았습니다”

2017년 1월 5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SBS ‘힐링캠프'(해당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네이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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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맞을 만한 짓을 한 건가요?”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박사모 시아버지한테 맞았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평소 정치에 관심은 없었으나 세월호 이후 자식 가진 부모로서 무개념적인 정부의 행보에 분노하곤 했다는 글쓴이 A씨.

그리고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자신 생애 가장 열심히 관련 기사와 뉴스를 보며 혼자 열내고 울컥하기도 했다. 물론 전문가마냥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기사화되고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는, 그런 수준이었다.

그런데 바로 어제였다. 시어머니께서 시이모님이 게를 한가득 보내왔다며 같이 삶아먹자고 A씨 가족을 집에 초대한 바로 어제, 사건이 터졌다.

A씨는 “시아버지는 지금까지 그냥 무난한 분이셨어요. 예전 박정희 정부 때 집안에서 갖고 있던 땅이 개발되면서 돈 꽤나 번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그런 성향의 사람인 건지 박정희를 무슨 나라를 일으켜 세운 난세의 영웅인 것 마냥 생각하고 그 딸인 박근혜를 사이비 종교의 감언이설에 속아 코 꾀인 순진한 사람인 마냥 안쓰러워한다는… 그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라며 “그래도 우리 아이들에겐 좋은 할아버지였고 본인의 성향을 다른 사람에게 굳이 강요한 적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라고 말했다.

이날 A씨는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중 박사모 집회에 위장잠입한 분의 글과 사진을 신랑과 보고 있었다. 참고로 신랑과 시어머니의 정치적 색깔은 A씨와 비슷했다.

A씨는 “평소 크게 관심 있는 건 아니지만 현 시국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박근혜를 탓하고 이를 옹호하는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정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때 A씨는 “박사모 사람들 이렇게 전국민한테 노림 당하는지 알랑가 몰라”라고 신랑에게 말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몇 초 뒤 시아버지는 “적당히 해라! 적당히!”라며 A씨에게 소리쳤다. 결혼생활 7년 만에 처음 보는 시아버지의 모습이었다.

A씨는 “시아버지 성향을 알면서도 그 옆에서 저런 소리한 게 잘못된 거라면 잘못된 거지만 원체 평소에도 본인의 성향을 눈에 띄게 드러내는 분도 아니었고 분위기가 너무 편해서 별 생각 없이 내뱉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난 시아버지는 “넌 도대체 제대로 알고나 그러냐? 지금 빨갱이들이 나라 망치려고 작정하고 박근혜 대통령님 물어뜯는데 그 분 옹호하는 사람들 도와주진 못할 망정 지금 뭐하는 짓이야?”라고 말했고 결국 A씨와 다툼이 벌어졌다.

“아버님. 지금 모든 증거나 증인들이 박대통령의 잘못을 보여주고 있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세월호 때 그 어린 애들 물 속에 가라앉을 때 얼굴에 미용주사 맞고 그 급박한 상황에서 행적이 묘연한 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할 짓은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거기에 탔어도 똑 같은 소리 하실 거에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 얼굴에 돈지랄하는 게…”

‘돈지랄’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 A씨의 고개는 180도 정도가 돌아갈 만큼 뺨인지, 턱인지 모를 만큼 세게 맞았고 몸을 가누지 못한 채 A씨는 나가떨어졌다.

아이들과 신랑, 시어머니가 보는 앞이었다.

A씨는 “맞은 것도 너무 억울하고 화나지만 우리 애들 있는데서 그런 모습을 보인 게 애들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죄없는 신랑도 밉고 내가 그 때 왜 계속 따지고 들었는지 내 자신까지 미워지면서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으로 한참을 울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시어머니는 조그마한 짐가방을 가지고 A씨 집에 찾아와 A씨에게 사과를 했다.

“내가 너한테 면목이 없다. 그 인간이 너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기 전까진 나도 그 집에 발도 안 들일 거다. 정말 미안하다. 애미야. 정말 미안해”

A씨는 자꾸만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자신이 맞을 만큼 잘못한 건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

A씨는 “내가 시아버지가 처음 소리 지른 그 때 그냥 깨갱하고 아무 말 없이 닥치고 있었어야 했던 건가요? 평소 소리조차 지른 적 없는 양반을 내가 도발한 건가? 시어머니까지 짐싸고 오셔서 내가 괜히 평안한 가정에 분란을 야기한 건가 싶어서 혼란스러움. 그래도 진짜 폭력은 아니지 않음….? 그것도 손주들이 보는 앞에서…”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음은 이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물론 시아버지가 잘못된 거 알아요. 그러나 정치적인 견해는 정말 사람마다 맹목적으로 믿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거 가지고 싸우면 끝이 없습니다. 그냥 조용히 하고 그 사람 앞에서는 그런 정치 얘기를 안 꺼내는 게 답입니다”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 통하니 폭력을 쓴 거네”

“가족끼리는 정치얘기 안 하는 게 좋죠.. 저희도 온 가족들이 만나면 요즘 채널마다 정치얘기만 나오니까 영화 틀어놔요”

“어떤 방면으로 봐도 시아버지가 잘못한 거고, 뭐라 할말이 없는데 너무 참담하네요. 결과가. 시어머니랑 남편이 계속 그만하라고 말리는 데도 계속 따지면서 물고늘어져야 했어야 했는지 그냥 속으로 또라이구나 생각하고 말았으면 이 지경까지 안 되었을 거라 생각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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