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차 막힌다” 홧김에 소녀상 현수막 찢은 40대 남성

2017년 1월 11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연합뉴스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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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손괴 40대 남성 검거…경찰 “평범한 회사원, 정치적 의도 없어”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걸린 현수막은 인근에 사는 평범한 40대 회사원이 소녀상 집회로 소음과 교통체증이 빚어지자 홧김에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수막에는 한일 군사협정 및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적혔다.

경찰은 “이 남성이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려는 시민단체 때문에 조용했던 동네가 시끄럽고 도로에 차도 막혀 현수막을 훼손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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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부경찰서는 11일 특수손괴 혐의로 이모(42)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6일 오전 3시 40분께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설치된 플래카드 12개 중 4개를 흉기로 잇달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이날 새벽 집에서 나와 소녀상 주변을 배회하다가 미리 준비한 커터칼로 현수막을 찢은 뒤 귀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애초 소녀상 설치에 반대하는 성향의 단체원이나 인물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범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현수막을 훼손한 이씨는 40대 평범한 회사원이자 자녀를 둔 가장으로 밝혀졌다.

소녀상이 세워진 일본영사관 앞에서 직선거리로 400여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이씨는 최근 소녀상 설치 문제로 시민단체가 연일 집회를 하자 반감이 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고 택시를 타고 일본영사관 앞을 지나다가 창문을 내렸는데 일부 집회 참가자가 욕설해 화가 난 적도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씨는 또 이날 오후 시민단체의 소녀상 기습설치와 지자체 강제철거 과정에 이어 31일 소녀상 제막식에서 조용했던 동네가 시끄러워지고 차량정체도 심하자 홧김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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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현장 주변의 폐쇄회로TV를 분석, 이씨의 동선을 추적한 경찰은 11일 오전 회사로 출근하는 이씨를 잠복 끝에 붙잡았다.

경찰은 범행 당시 후드 티, 패딩 점퍼, 스키니 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던 이씨의 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하고도 화질이 흐려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5일 만에 이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추가 조사 후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씨가 훼손한 현수막에는 한일 군사협정 철회,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 철회, 일본의 사죄 등을 촉구하는 글과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건립을 위해 힘을 모아 준 시민에게 감사하는 글이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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