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조카에게 ‘성노예 계약서’ 쓰게 하고 성폭행한 이모부

2017년 1월 23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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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혼자 남은 A(22·여) 씨는 18살이던 2013년 2월 인천에 있는 이모네로 거처를 옮겼다.

이모부 B(44) 씨는 당시 미성년자인 처조카 A 씨와 같은 방을 쓰다가 그해 가을 처음 성관계를 했고 이후 용돈을 주며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A 씨는 자신들의 관계를 세상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아도 당시에는 이모부를 따랐다.

3년이 지난 작년 5월 A 씨는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이모부에게 그동안의 관계를 정리하자고 통보했다.

내연관계를 끝낼 생각이 없던 B 씨는 A 씨를 인천의 한 모텔에 데려간 뒤 “예전에 촬영한 나체 사진을 남자친구에게 보내겠다”며 협박했다.

그날 밤 결국 강제로 성폭행한 B 씨는 다음날 경기도의 한 놀이공원에 처조카를 데리고 가 놀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승용차에서 ‘성노예 계약’을 쓰게 했다.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보내라는 거였다.

A 씨는 휴대전화의 메모장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어쩔 수 없이 계약서를 작성했다.

‘저는 이모부에게 정신적 피해를 줬습니다. 보상의 의미로 한 달에 2번씩 주기적으로 만날 것을 맹세합니다. 섹스 등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겠습니다. 강요나 협박도 없었고 스스로 해 주고 싶습니다.’

온라인 계약서는 곧 B 씨의 휴대전화로 전송됐다. 이후 지난해 9월까지 A 씨는 이모부로부터 5차례나 더 성폭행을 당했다.

이모부는 A 씨의 휴대전화로 그의 남자친구에게 ‘그만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A 씨가 보낸 것처럼 꾸몄다.

그해 여름 B 씨는 처조카에게 더 구체적인 성노예 계약서를 요구했다.

12월 말까지 매주 목·금·토요일에는 B 씨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남자친구도 사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믿음을 주지 못하면 자신과의 만남을 1년 더 추가한다는 부수 조항도 넣었다.

이번엔 종이에 진짜 계약서처럼 ‘갑’과 ‘을’이라는 글자까지 쓰도록 강요했다. 물론 갑은 이모부였고 을은 A 씨였다.

인천지법 형사13부(김진철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친족관계에의한강간·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강요, 협박 혐의로 기소된 B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 살게 된 미성년 처조카와 성관계를 하고 관계를 정리하자는 요구를 받자 성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나 수법 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상해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 외에는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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