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조선시대에 ‘양성공유자’가 발각 된 사연(사진 4장)

2017년 2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기사 및 이미지 제공 =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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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컷] “의복은 여성, 신체는 남성”…조선의 양성공유자

[D-Cut] 그리스 신화에는 반남반녀, 즉 양성공유자가 나옵니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토스죠.

많은 예술 작품에서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여성의 몸에 남성의 생식기가 달려 있는 형상으로 표현합니다.

조선시대에도 양성공유자가 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세조 시대 등장했던 사방지라는 인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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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조선시대 양반들은 양성공유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146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봅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사노비 사방지가 여장을 하고, 선비 김구석의 처와 간통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김구석의 처 이씨는 일찍이 과부가 된 여인인데요. 사방지와 여러 해 간통했다 발각 당했습니다. 이 스캔들이 퍼지고 퍼져 공론화된거죠.

“사방지가 여복을 하며 종적이 괴이하다고 하였으므로, 본부에서 잡아다가 이를 보았더니, 과연 여복을 하였는데 음낭과 음경은 곧 남자였습니다.

그가 남자로서 여장을 한 것은 반드시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니 청컨대 가두어 고신하게 하소서.” (장령 신송주)

이 전대미문의 사연은 조정의 뜨거운 감자가 됩니다. 승지와 영순군 이부가 더불어 사방지를 살폈는데요.

이들 역시 “머리장식과 복색은 여자였으나, 형상과 음경, 음낭은 다 남자이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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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건을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구석의 처 이 씨는 이순지의 딸입니다.

이순지는 세종 대에 장영실, 이천과 함께 명성을 날린 인물이죠. 게다가 이 씨는 부원군 정인지의 사돈마님이었습니다. 국가 원로들에 종친의 체통까지 걸린 문제가 돼 버린 겁니다.

때문에 세조는 사건을 급히 무마시키려 사헌부 관리들을 파직시켜 버렸습니다. 원로대신 이순지에 대한 배려였죠.

하지만 선조의 이런 조치는 신하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이순지는 한 차례 파직됐다 조정에 복귀합니다. 사방지와 이 씨는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이 관계를 유지했죠.

끝내 1467년, 한명회와 신숙주 등은 사방지를 내쫓으라 청하게 됩니다. 대학자 서거정도 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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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정과 세조의 발언에서 당시 양반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하늘에 달려 있는 도리는 음과 양이라 하고, 사람에 달려 있는 도리는 남자와 여자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니, 죽여서 용서할 게 없습니다.” (서거정)

“이 사람은 인류가 아니다. 나라 안에서 함께 할 수가 없으니, 외방 고을의 노비로 영구히 소속시켜라.” (세조)

[출처=//www.dispatch.co.kr/655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