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묘청의 난으로 결혼 반대당했습니다”

2017년 2월 3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SBS 마녀의 성 캡처(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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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이 된 기분입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고려 시대에 일어난 난 때문에 결혼을 거부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누리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황당한 사연의 주인공 K 씨는 1년 5개월간 교제를 한 여자친구와 결혼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 대학졸업을 하는 K 씨는 다행히도 어엿한 직장에 취직이 됐고, 프러포즈까지 순탄하게 진행됐다. 이대로라면 결혼식까지 흘러갈 줄 알았다. 서로 양가 부모님께서도 결혼을 승낙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전혀 상상지도 못 한 할아버지로부터 제동이 걸렸다. 사실 여자친구한테 할아버지의 성격을 이미 들었던 K 씨. 오죽했으면 쉰이 넘으신 장인어른까지 꼼짝도 못 했을까 생각했다.

할아버지와의 첫 만남이. 엄격한 서당의 훈장님처럼 생긴 할아버지는 K 씨가 자리에 앉자마자 “자네 무슨 김 씨인가? 경주 김씨인가?”라고 물었다.그러나 ‘본관’을 몰랐기에 대답을 못 했던 K 씨. 그를 보던 할아버지는 “네가 상놈의 집안이냐”며 “자기 본관도 모른다”고 화를 냈고,이에 당황한 K 씨는 재빨리 아버지에게 본관을 알아내어 ‘경주 김씨’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내 그럴 줄 알았다, 자네 이름 끝 자 보고 항렬이 그게 경주김씨 무슨 무슨 파 항렬”이라며 “네 김부식 후손이구먼!!”이라고 화를 냈던 것.즉, 요약하자면 여자친구는 서경 정 씨 정지상의 후손이고, K 씨는 경주김씨 김부식의 후손이다. 1135년 고려 시대 묘청의 난 때 김부식은 정지상을 암살했다. 한 마디로 고려시대  때부터 두 집안은 원수집안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할아버지는 결혼을 절대 할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다.

처음에 K 씨는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K 씨는 대뜸 호통을 치던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았다. K 씨는 “저를 노려보는 할아버님의 눈빛을 보며 한 대맞을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K 씨는 예비 장인어른이 말렸기에 다행히 무사히 집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K 씨는 집에 와서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이야기를 듣고 웃기만 하던 아버지는 “노인네들이 원래 고지식한 면이 있기에 그러려니 해라”고 넘겼다.그러나 이후 여자친구가 울음을 터트리며 “오빠랑 결혼을 절대 못 하게 하시는데 진짜 미칠 거 같다”고 말을 꺼냈다.며칠 후에 K 씨의 할아버지까지 고향에서 올라오면서 사건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사연을 모두 듣게 된 K 씨의 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뭐 그런 노망난 할아버지가 다 있느냐”고 “결혼 없었던 거로 하고 만나지 마라, 자존심도 없냐”며 윽박질렀다.너무나 황당한 이유로 결혼할 수 없는 현실에 K 씨는 몇 날 며칠을 술에 빠졌다. K 씨는 “저는 진짜 걔 아니면 안 되고, 차라리 혼자 살겠다고. 걔가 딴 남자랑 결혼 하면 정신 이상 될 거 같다”고 부모님 앞에서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처음 보는 손주와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딱해진 어른들. 그런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간 할아버지를 배웅한 아버지가 조용히 말을 꺼내 들었다. K 씨는 진지한 아버지의 표정을 보며 의아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입 밖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K 씨는 “갑오개혁 때 노비들도 전부 호적신고를 하게 되었는데”라며 “노비들이 전부 자기가 일하던 집안 성씨를 따랐다고, 그 상자다”라고 설명했다.그러니깐 K 씨의 집안은 ‘경주 김씨’의 뿌리가 아니라 ‘노비 집안’이었던 것이다.당시 노비 집안의 뿌리라는 사실에 슬픈 것보다 기쁜 마음이 더 컸던 K 씨. 그는 당장 여자친구에게 전화하여 “경주 김씨가 아니라 우리 집 노비였대!!!”라고 고백했다.

이에 기뻐하던 여자친구. 그러나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어디 그런 근본도 없는 놈을 들이냐”고 화를 내버렸다.결국, 이러나저러나 결혼을 할 수 없는 K 씨. 그는 “진짜 그냥 무시하고 결혼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저보고 어쩌라는 마음인지 너무 화가 난다”고 고백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노비 이야기 왜 했어요. 노비 얘기 안 했음 로미오와 줄리엣 되는 건데, 괜히 꺼냈다가 로미오네 머슴과 줄리엣 됐네!” 등 의견을 남기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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