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 “성형 사실 숨긴 아내, 얼굴 보기도 싫습니다”

2017년 2월 7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gettyimagesbank

Young woman gets beauty injection in her face


나는 지금 아내와 2013년 여름에 결혼했다.

연애는 1년 반 정도 했고, 스타벅스 옆 테이블에서 아내가 먼저 말을 걸어와 번호를 줬고 그렇게 만나게 됐는데, 아내는 쌍꺼풀 없이 큰 눈에 달걀형 얼굴형의 수수한 외모였고, 키도 작은 편이었다.

외모가 마음에 들어 번호를 준건 사실이지만, 같은 직업군에 속해있었기도 했고 공감대 형성도 더 잘 돼서 만난 지 1년이 채 안됐을 때 결혼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했었다.

아내와 연애하던 어느 날, 아내가 내 치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난 어릴 때 교정을 한 거라고 말해줬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정이 성형이다,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됐고, 성형에 대한 생각까지 말하게 됐다.

“성형을 하는 건 자유지만, 결혼할 사람에게는 말해야하고 결혼 후에는 배우자에게 말하는 게 좋은거 같아” 라고 나는 말했다.

아내는 성형 반대론자 였고, 치료 목적 아닌 이상 반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성형미남”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아내가 성형 한 사실을 모른 채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한지 6개월이 채 안되었을 무렵부터 아내의 코가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니 아예 돼지코처럼 들려서 처음에는 무슨 병이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성형 때문이었다.

“숨겨서 미안해…”

밤새도록 코피 흘리던 아내에게 화를 낼 수가 없어서 내색 않고 참았다.

코 재수술 이후 3년간 아내는 성형외과 방문이 잦아졌고, 1년 반동안 얼굴 리프팅 시술과 보톡스 시술을 다섯 번 받았다.

“리프팅이랑 보톡스는 피부과 시술이야”

라며 아내는 나를 설득했고, 나도 싸우는 게 싫어서 그냥 있었다.

그러네 이번 설에 아내가 성형을 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옛날 앨범 속 아내의 얼굴이 지금 아내의 얼굴과 너무 달랐다. 아이들 젖살을 감안하고 봐도 각진 얼굴형에 작은 눈, 콧구멍만 보이는 작은 들창코. 내 아내와 너무 달랐다. 나는 많이 당황했지만 처가 식구들은 태연한 반응이었다.

연휴가 끝나고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코 말고 다른데는 한 데 없어?”

“이 얼굴이 다른데 한 얼굴같냐?”

아내는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나는 신뢰가 가지 않아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안면 윤곽 수술이나 턱을 깎는 수술을 하면 살 처짐이 와 지속적으로 리프팅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내에게 계속 물으니 결국 아내는

“당신 만나기 전, 7~8개월 전에 안면윤곽 했어.. 쌍거풀도 안검하수가 심해서 중학생 때 집었어…그런데 치료목적이었어”

나는 그 날 이후로 아내와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배신감 때문에 아내 얼굴 보기가 싫다.

아내는 큰 소리로 나 들으라는 듯이

“좋다고 예쁘다고 만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치사하게 그러냐” 라고 말하고

장모님이 전화해서 “이미 한걸 어쩌겠냐, 이해해라”라고 말한다.

나는 더 이상 내가 버는 돈으로 성형 부작용 막기 위해 시술 받는다고 돈 쓰는 꼴 못볼 것 같다.

아내말대로 내가 치사한건지, 아내가 잘못한건지.

누가 이상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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