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GettyImagesBank/MBC ‘여우야 뭐하니'(해당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7살이 되면 혼자 자겠다던 우리 아들. 산타 할아버지 이름까지 굳게 약속했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그래서 우리 부부는 새해에도 눈물을 머금은 채 어김없이 따로 잔다.
하지만 드디어 어제 기회가 왔다. 아들을 일찍 재운 후 간만에 분위기 좋게 맥주 한잔. 그리고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데…
끼이이익-
갑자기 작은방 열리는 소리가… ㄷㄷㄷㄷ
온몸의 털이 삐죽 섰다. 1초간의 정적. 자박자박. 정적 속에 울리기 시작하는 작은 발소리.
후다다다닥!
배신자 남편은 먼저 욕실로 튀었다. 아. 이걸 어쩌나. 치사한 놈. 진심 육성으로 욕이 나올 뻔 했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납작 엎드린 채로 이불을 뒤집어썼다. 숨죽인 채로 한참 있으니 뭔가 이불을 꾹꾹 찌른다.
“…엄마?”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아 뭐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돌이 되어버리면 어떨까.
전설의 이불석 설화로 남아 가문의 망신으로 기리기리 전해지겠지.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에휴. 남편은 옷 다 입었으면 빨리 나와서 애 좀 데려가지 뭐하는 거냐. 부들부들.
“엄마? 엄마아아!!!!!!!!!”
답이 없는 상황에 에라 모르겠다 이불 쓴 채로 벌떡 일어나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서프라~이즈~~~~ 놀랬지? 놀랬지? 깜짝 놀랬지? 엄마가 ㅇㅇ이 깜짝 놀라게 하려고 숨어 있었지롱~”
그래.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근데 엄마 왜 옷을 하나도 안 입고 있어? (말똥말똥)”
“아… 더…더워서?”
“겨울인데? 지금 추운데?”
“아… 음… 원래 서프라이즈는 그렇게 하는 거야. 그래야 더 깜짝 놀라잖아”
아이고 두야. 바바리걸도 아니고 저딴 걸 변명이라고.
다행히 아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넘어가줬지만 먼훗날이라도 아들의 기억에 남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휴. 연애 때나 가던 모텔이 문득 그리워지는 오늘. 육아가 이렇게나 힘든 일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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