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 아들에게… ‘그 장면을’ 들켜버렸네

2017년 2월 10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  GettyImagesBank/MBC ‘여우야 뭐하니'(해당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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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이 되면 혼자 자겠다던 우리 아들. 산타 할아버지 이름까지 굳게 약속했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그래서 우리 부부는 새해에도 눈물을 머금은 채 어김없이 따로 잔다.

하지만 드디어 어제 기회가 왔다. 아들을 일찍 재운 후 간만에 분위기 좋게 맥주 한잔. 그리고 남편과 사랑을 나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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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익-

갑자기 작은방 열리는 소리가… ㄷㄷㄷㄷ

온몸의 털이 삐죽 섰다. 1초간의 정적. 자박자박. 정적 속에 울리기 시작하는 작은 발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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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다다닥!

배신자 남편은 먼저 욕실로 튀었다. 아. 이걸 어쩌나. 치사한 놈. 진심 육성으로 욕이 나올 뻔 했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납작 엎드린 채로 이불을 뒤집어썼다. 숨죽인 채로 한참 있으니 뭔가 이불을 꾹꾹 찌른다.

“…엄마?”

오만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아 뭐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돌이 되어버리면 어떨까.

전설의 이불석 설화로 남아 가문의 망신으로 기리기리 전해지겠지.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에휴. 남편은 옷 다 입었으면 빨리 나와서 애 좀 데려가지 뭐하는 거냐. 부들부들.

“엄마? 엄마아아!!!!!!!!!”

답이 없는 상황에 에라 모르겠다 이불 쓴 채로 벌떡 일어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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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아아아아! 서프라~이즈~~~~ 놀랬지? 놀랬지? 깜짝 놀랬지? 엄마가 ㅇㅇ이 깜짝 놀라게 하려고 숨어 있었지롱~”

그래.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근데 엄마 왜 옷을 하나도 안 입고 있어? (말똥말똥)”

“아… 더…더워서?”

“겨울인데? 지금 추운데?”

“아… 음… 원래 서프라이즈는 그렇게 하는 거야. 그래야 더 깜짝 놀라잖아”

아이고 두야. 바바리걸도 아니고 저딴 걸 변명이라고.

다행히 아들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넘어가줬지만 먼훗날이라도 아들의 기억에 남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휴. 연애 때나 가던 모텔이 문득 그리워지는 오늘. 육아가 이렇게나 힘든 일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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