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 “의사라는 친오빠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데, 오빠들은 다 이래요?”

2017년 2월 13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응답하라 1994 캡처(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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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진짜 오빠야 원수야?”

내 나이 올해 24살. 7년 전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 뒤 27살 오빠, 28살 언니 그리고 엄마와 함께 똘똘 뭉쳐 살아가고 있다.

3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는 아버지는 열심히 일하시다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그 후, 어머니는 고군분투하며 끝까지 나와 언니, 오빠를 뒷바라지해주셨다.

우리 역시 엄마를 절대 실망시키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지난 20년. 다행히 우리는 각자의 밥그릇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위치에 섰다. 언니는 명문대학교 졸업 후 현재 기자로 활동하고 오빠는 의대를 졸업한 뒤 작년부터 인턴생활 시작했는데..

이렇게 말하면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말한다.

“언니도 똑똑하고 오빠는 의사라니. 부럽다. 동생 엄청 예뻐하겠다.”

“오빠가 의사야? 하나밖에 없는 동생 엄청 챙겨주겠네.”

도대체 오빠가 여동생을 챙긴다는 말. 어디서 나온 거지?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어오는 오빠는 올 때마다 팬티에 양말까지. 빨랫감만 한가득 안고 들어온다.

인턴생활이 힘들어 그렇다고 이해하려 하지만 세탁기 바로 앞 빨래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보고 치우라는 건지 바닥에 빨랫감을 던져버리고 자기는 홀연히 방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래도 빨래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힘들게 환자들 치료하고 선배들 눈치까지 봐야 했던 오빠니까..’ 라고 생각한다지만, 도대체 설거지 안 하는 건 어디서 배운 매너지?

꼭 설거지가 끝나면 어느새 스르륵 다가와 싱크대에 물 마신 컵을 담그는 오빠.

“오빠. 이건 좀 씻어라. 물 마신 건데 내가 지금 다 설거지했는데 왜 이제 가져오는데?” 라는 말에 답하는 오빠는 정말 상상 이상이다.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물 마신 컵을 씻지도 않고 설거지 다 해둔 곳 사이에 그대로 엎어놓는 게 아닌가!!

도대체 집에 오면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싸는 게 전부인 저 인간. 그런데 내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화장실 때문이다.

다른 집 보면 남자가 소변볼 때 변기 커버 올려주고 여자를 위해 변기 커버를 내려준다는데 도대체 이 오빠는… 우리 집은 완전 반대이다. 여자 3명이 볼일이 끝나면 남자 1명을 위해 변기 커버를 올려줘야 하는 상황.

인턴이고 피곤해서 그러는 거라고 이해해주기는 이미 너무 도가 지나쳐 버린 원수 같은 오빠. 이제 27살에 의사 가운까지 입고 떵떵거리는 오빠를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부터 교육해야 하는 건지.
원래 오빠들은 이렇게 변하는 게 한순간인가?

“다른 집 남자 형제들도 성인이 된 이후 사회생활하면 힘들어서 변해? 진짜 빨래, 설거지에 변기까지!! 도대체 우리 오빠 왜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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