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출연자로 일하던 두 딸이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했어요”

2017년 2월 14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드라마 보조 출연자로 일하다가 방송 관계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자살한 두 자매의 어머니가 사건의 혐의자들을 상대로 항의 시위를 한 것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 했다.

지난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장모(6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2014년 10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 빌딩 앞에서 “내 딸을 성폭행한 자들은 반성하지 않는데 두 딸의 영혼은 하늘을 맴돌고 있다”며 최모 씨 등 12명의 방송 기획자 관계자들의 실명이 적힌 백보드판을 들어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의 큰 딸 A씨는 연기자 지망생인 동생 B씨의 권유로 2004년부터 C방송 기획사에서 드라마 보조 출연자로 일했다.

그러던 중 기획사의 관계자 12명이 A씨를 감금해 성폭행하고, 반항하면 동생 B씨를 팔아넘긴다는 등의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이들은 으슥한 장소에서 A씨를 성추행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한 A씨는 2004년 12월 이들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2006년 7월 형사 고소를 취하했고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동생 B씨도 이 사실을 안 뒤 정신적 충격을 받아 한 달 뒤 언니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획사 관계자 12명은 검찰에서 ‘공소권 없음’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며, 이에 어머니 장씨는 성폭행 혐의자들을 상대로 위자료를 요구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공소지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그때부터 장씨는 거리로 나가 가해자들을 규탄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백보드판에 적혀있던 내용이 완전히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씨의 큰 딸 A씨가 성폭행을 당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이에 기초해 유서까지 작성했다”며 “고소를 당한 기획사 관계자 12명 중 4명은 성관계 사실을 인정하는 등 사건의 혐의 사실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설령 백보드판에 기재된 내용이 허위라고 가정하더라도 두 자매가 남긴 기록을 봤을 때 장씨가 사건의 진실성을 확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범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말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공권력의 실패로 인해 가중되었을 장씨와 두 자매의 고통에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이 판결이 고통 속에 살아가는 장씨의 여생에 잠시나마 위안이 되고, 두 자매의 안식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공권력으로 장씨가 겪었을 괴로움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