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보 같은 아내, 엄마, 친구, 딸입니다…

2017년 2월 17일   School Stroy 에디터
▼사진출처: KBS2 ‘월계수 양복점’ 캡처 (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및 네이트판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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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남편을 왕으로 생각하면 나도 왕비가 되는 거라던 가수 션의 말을 믿었는데, 전 왕비가 아니라 노비인가 봐요..”

지난해 7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는 바보 같은 아내, 엄마, 친구, 딸입니다’ 라는 제목의 사연이 올라와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글쓴이 A씨는 “저의 지난 하루하루가 쌓여 지금의 제가 되었겠죠”라며 “지금의 제가 너무 싫네요. 하고 싶은 말도 목구멍까지 안 나오고, 참다 참다 어느 날 터지면 그 화가 저를 집어삼킬 것 같아요”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밥 먹을 때도 신랑이랑 7살 첫째 먼저 먹으라고 하고 전 그동안 11개월 아기 이유식 먹이고, 식사 후 남은 거 먹어요. 같이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 생기는데 남은 거 먹으니까 가정에 보탬되는 것 같다는 바보같은 생각도 들고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거 보면 전 젓가락이 안 가더라고요. 어디서부터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그냥 난 나를 아끼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평소의 자신에 대해 털어놨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상갓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밤 11시에 귀가한 남편. A씨는 첫째 유치원 숙제 봐주고, 11개월 둘째 돌보느라 늦은 시간까지 저녁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밤 11시에 조기와 소고기 등심을 구워 겨우 밥 2숟가락을 떴는데 둘째가 울고 보채는 사이 소주 한 병을 사온 남편은 A씨의 밥을 모두 먹어버렸다.

A씨는 “겨우 둘째 재우고 12시에 밥 먹으려고 하니 제 밥도 없고 젓가락도 쌈장도 없고 딱 저거 남았어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라 하더니.. 계속되는 호의에 신랑은 전 저렇게 먹어도 되는 사람이라 생각이 드나 봅니다”라는 말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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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 속에는 살점 하나 없는 뼈만 앙상한 조기와 3조각의 소고기뿐이었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A씨가 남편에게 “나 저녁 못 먹은거 알면서 왜 이렇게 안 남기고 다 먹었냐라고 했더니, 저 먹으라고 남긴 거래요. 다 제가 저렇게 만든 거겠죠?”라고 황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전 제가 남편을 왕으로 생각하면 나도 왕비가 되는 거라던 가수 션의 말을 믿었는데, 전 왕비가 아니라 노비인가 봐요.. 이제 35살 남은 삶은 이렇게 바보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조언, 쓴소리 뭐든 부탁드려요”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생선 사진 보고 순간 멍 했네요. 정말 머리랑 뼈만 남았네..”, “너무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와서 어려우시겠지만 목소리를 내보세요. 나쁜 것도 이기적인 것도 아니에요”, “사진 보고 울컥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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