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 “이불 빨래한다니 시어머니가 침대에 생리했냐고 물으시네요.”

2017년 2월 17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washing mashines in appliance store


“침대에 생리했느냐고요?”

며칠 전 중국 출장 갔다 온 남편이 설사병을 얻어 와서는 주말 내내 화장실을 들락날락하 고 있다. 설사병으로 고생하는 아픔을 잘 알기에 나는 남편의 몸 상태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무조건 남편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기로 각오했다. 물론, 어머님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느 날처럼 남편은 들락날락하며 화장실을 쓰던 중. 갑자기 나를 다급하게 찾기 시작했다. 혹시 설사병이 심해진 건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에 남편에게 달려갔더니, 남편은 아기 같은 표정으로 “자기야.. 미안한데…. 응아를.. 조금 묻혔어..”라고 말했다.

자다가 방귀를 참지 못하고 뀌어 버렸는데 설사병 탓에 변이 살짝 묻어 나온 것이다.

얼굴이 창백해진 채 아픔보다 민망한 듯한 남편을 보며 나는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안쓰러운 마음이 커 “괜찮아. 괜찮아. 빨면 되는 거지. 내가 알아서 할게. 화장실 갔다 와.”라고 남편을 진정시켰다.

사실 남편은 워낙 장이 약한 데다 출장이 잦아 남편의 힘듦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편이 화장실을 간 사이 시트 벗기고 빨래를 할 준비를 하는데 하필 그때 시어머니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이불 빨 준비에 정신없는 틈에 시어머니에게 잠깐 인사만 한 채 제대로 영상통화를 하지 못하자 시어머니는 “얘. 며느리는 뭐 하길래 전화도 못 받니? 얼굴 좀 보자.”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남편이 “응. 지금 바빠. 이불에 뭐가 묻어서 이불빨래 하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이불빨래? 왜? 걔 생리하는데 거기다 피라도 흘렸니?”라고 되물었다.

너무 어이가 없는 상황. 하지만 내가 뭐라 화내기도 전에 남편은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좀 지저분해져서 빨려고 하는 거지.”라고 수습하려 나섰지만, 시어머니는 “얘. 이불이 지저분해질 일이 뭐 있니. 어머 진짜 피 흘렸나 보네 칠칠치 못해라. 우리 아들~ 그렇게 더러운 이불에서 어떻게 자겠어.”

결국, 참다못한 나는 “어머님. 그런 거 아니고요. 자다 더워서 땀도 흘린 것도 있어서 주말이라 빨래하려고요. 그리고 설령 피 흘렸다 하더라도 그런 말은 예의가 아니죠.”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어머. 아니면 말지 뭘 그런 게 거북하니? 별것이 다 거북하네. 어이없어라.”라고 말씀하시며 “어머 더는 이야기하기 싫으니 난 내 아들이랑만 얘기할게”라고 덧붙이셨다.

전화가 끝나고 가운데서 어쩔 줄 모르는 남편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자기야.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는 말만 반복하는 상황.

남편이 너무 안쓰러워 화를 참는다고는 하지만, 같은 여자 입장에서 저런 말…. 쉽게 할 수 있는 건가? 며느리가 만만한가? 아니면 어떻게 저런 말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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