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메르스 의사’ 확진 전에 자가격리 못해

2015년 6월 5일
						
						

격리되기 전 오전에도 마스크 쓰고 회진…’문제의 3일’ 통제 못해
보건당국, “14번 환자 확진 직후 격리→스스로 격리” 말바꾸기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증상 발현을 즈음해 3일간 대형 행사 등에 참석한 서울삼성병원 의사 35번(38) 환자를 방역망을 통해 초반에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환자를 밀접 접촉했음에도 이 환자를 자가 격리자로 넣지 못하다가 시설격리 직전에야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35번 환자를 (이 병원에서 발생한 14번 환자와의) 밀접 접촉자 범주 대상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이는 메르스 환자와 근접거리에서 노출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반장은 “현장역학조사관과 해당 의료기관의 감염관리실이 함께 의료기관의 등록정보, 시간당 움직임을 분류한 결과 35번 환자는 2m 이내의 근접거리에서 노출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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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발현 시점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 환자는 보건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은 사이 1천5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한 주택조합총회를 참석했으며 고열이 있었던 31일에는 마스크를 쓰기는 했지만, 회진을 돌기도 했다.

보건당국이 이 환자를 통제하지 못한 것은 물론, 자가 격리하라고 지시를 한 적도 없다는 것을 털어놓은 만큼 다시 정부의 엉성한 방역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문제제기로 논란이 된 35번 환자의 행보를 보건당국이 사실상 방치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격리 지시 여부에 대한 권 반장의 이날 설명은 그동안 보건당국의 이야기와 달라진 것이다. 문제의 3일 동안 35번 환자가 자가 격리 상태였다고 말했다가 말을 바꾼 것이다.

복지부는 그동안은 35번 환자가 지난달 29일부터 자가격리 상태였다고 밝혀왔고, 이에 3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환자가 29~31일 최소 1천500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권 반장 역시 4일 브리핑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의 메르스 감염)가 확정(확진 판정)된 순간부터 (35번 환자를 포함한) 의료진 전체는 자가격리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며 “자가격리 과정에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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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와 서울시, 35번 환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환자는 지난달 29일에는 집에 바로 돌아갔지만, 다음날인 토요일인 30일 오전 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했고 저녁에 한 쇼핑몰에서 가족과 식사를 한 다음 양재동에서 열린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

그 다음날인 31일(일)에는 오전 병원에서 회진을 돌고서 귀가해 이날 밤 9시40분 국가지정격리병상에 시설격리됐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에게 29일은 미열이, 30일에는 기침과 가래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었지만, 해당 환자는 각각 알레르기성 비염과 몸살 기운이 있었다고 밝혔다. 31일에는 기침과 가래, 고열 등의 증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환자의 설명과 복지부의 인지 내용이 일치한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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