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 “새벽 세시 반…. 도대체 너 누구야?”

2017년 2월 20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SBS ‘질투의 화신’ 캡처 (해당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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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반. 잠결에 울리는 벨소리

‘으…ㅁ…? 발신번호표시금지..?’

잠결에 걸려온 발신번호표시금지 전화에 그저 새벽에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친구 일 거라 생각하고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내가 누구게?”라는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 장난이 심한 남자친구라 새벽 근무하던 중 심심해서 전화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평소 기게 소리 때문에 전화 통화에 거슬리던 ‘소음’이 들리지 않아 “근데 오늘은 작업이 조용하네?”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응. 잠깐 방에 들어와 쉬고 있어. 휴게실이라 그런가?” 라고 답했다.

평소 새벽에 남자친구랑 전화한 경우가 많아 크게 의심하지 않은 상태였던 나는 이불 밖으로 나와 물 한잔을 마시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리 휴게실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차분하고 동시에 웅얼거리며 말하기 시작해서 다시 한번 물었다.

“근데 오늘 목소리가 왜 그래?”

이에 남자친구는 “피곤해서 그런가?”라고 답하더니 “근데 나 보면 뭐 해줄 거야?”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평소 우리가 자주 했던 대화 주제였기에 나는 “뽀뽀해줘야지~ 뽀뽀”라고 말하며 입으로 쪽쪽 내는 소리를 주고받았다.

잠시 후 남자친구는 “그럼 나 보면 뭐하고 싶어? 막 야한 생각 들고 그래?”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물론 평소에도 비슷한 장난을 치던 남자친구라 “응.. 뭐 그치..”라고 대답했다.

바로 그때. 남자친구에게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여자도…. 하고 싶구나…”

순간 온몸에 돋는 소름.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나는 “나… 너무 졸려서 먼저 잘게.”라고 대충 전화를 마무리하고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 다시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자친구가 다시 받으면 “아. 미안해 사랑한다는 말 안 하고 끊어서.”라고 둘러대려고 했는데…

남자친구의 컬러링이 울린 뒤 약 3초 후 “여보세요~?”라고 전화를 받는데 평소 남자친구의 명랑한 목소리에 기계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분명 1분 전 끊었던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순간 내 몸을 스쳐 가는 불안한 마음과 소름. 거기에 식은땀까지. 내가 물어본 질문에 이상한 대답을 했다면 의심했겠지만, 평소 남자친구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한 그 사람. 태연하고 능청스럽게 남자친구인 척하면서 나에게 이상한 것을 물어본 그 사람은 나와 남자친구 사이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람이었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새벽에 일하는 남자친구와 통화하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모든 걸 털어놓았다. 이에 남자친구는 “일단. 지켜보자. 너무 신경 쓰지는 말고 아침이 오면 다시 생각해보자.”라고 나를 위로해준 상태.

하루가 지난 지금, 온종일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

‘도대체 누구지? 뭐 하는 사람이지? 정말 그냥 장난 전화였을까? 왜 나에게 그런 걸 물었을까?’

분명… 이건 전 남자친구들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분명 웅얼거리기는 했지만, 나의 남자친구 목소리… 도대체…. 너는 누구야? 나한테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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