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썰] “쌌어요…. 똥을….. 남자친구 차에서…”

2017년 2월 23일   정 용재 에디터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Close up view of male reading newspaper while sitting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정말…’

연휴에 맞춰 남자친구와 여행을 갈 생각에 들떠있던 나는 큰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바로 ‘과음.’ 전날 너무 신나는 기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친구들과 과음을 해버린 것이다.

평소 술을 많이 마셔도 별문제가 없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갑자기… 정말 갑자기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1분 1초가 급한 상황 나는 결국 남자친구에게 “자기…..야….. 차…. 차…좀….. 세워….주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전에 집중하던 남편은 “응? 뭐라고? 잘 안 들려.”라고 대답했고 길게 말하는 것조차 힘든 나는 “주….차…..”라고 힘겹게 말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뭘 찬다고?”라고 반문했고 결국 눈이 뒤집힌 나는 “XXX아!!!!!!!! 차 세우라고!!! 이런 XX”이라고 소리치고야 말았다.

평소 남자친구 앞에서 욕 한 번도 안 해본 나는 정말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달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이제야 상황파악을 한 것인지 남자친구는 결국 갓길에 차를 잠시 세웠다. 나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마음에 뒷자리에 있던 전국 여행 지도를 펴고 조수석 그 자리에서 “야, 나 똥 싼다. 창문 열어라!”라고 소리치며 지도 위에 참고 있던 똥을 싸기 시작했다.

전에 마셨던 술이 밑으로 배출되는 건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 하지만 나에게 선택사항은 없었다. 조금씩 손은 편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때 나는 알았다. 남자친구가 날 보며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약 1분쯤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흐르고 남자친구는 운전석에 있던 휴지를 전해주며 “야 닦아.”라고 소리쳤다.

나의 마음속에서는 ‘빨리 받아서 닦는다. vs 창피하니까 조금 더 버틴다.’라고 내적 갈등이 일어났다. 결국, 조금 더 버틴 뒤 급하게 뒤처리를 하고 다시 출발하려는 찰나 갑자기 경찰차가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거기 잠시만요. 지금 갓길에 뭘 버리셨죠? 그거 뭐죠?”라고 물었다.

순간 나는 당황해서 ‘똥’이라고 대답도 못 하고 있는데 경찰은 지도를 주워 펴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게 왠…. 똥이…죠?”라고 물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남자친구는 바로 “금해서 제가 여기 똥 싸고 버렸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경찰은 나를 가르키며 “그럼 여자분이 운전하셨나요?”라고 묻자 남자친구는 “아니요. 여자친구는 면허가 없어서 제가 운전하다 급해서 쌌습니다.”라고 나를 위한 거짓말을 해줬다.

나와 남자친구 얼굴을 번갈아 보던 경찰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가던 길 마저 가라고 우리를 보내줬다.

물론 그 길로 우리는 여행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똥 싼 여자친구를 위해 경찰 앞에서 자신이 대신 똥 싼 척 해주는 남자친구. 너무나도 듬직한 모습에 나는 아직도 심장이 뛰는 기분이다.

콩닥콩닥

“자기야. 똥 싼 것도 사랑해주고 경찰 앞에서 당당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우리 더 많이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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